[이용호 수사]검찰 하루만에 풀어줬다

  • 입력 2001년 9월 12일 00시 21분


600억원대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로 이달 초 대검에서 구속된 구조조정전문회사 지앤지(G&G) 이용호(李容湖·43) 회장에 대해 서울지검이 지난해 5월 범죄혐의를 파악한 뒤 사무실 압수수색과 함께 이 회장을 긴급체포해 신병을 확보하고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루 만에 풀어준 사실이 확인됐다.

이 회장은 검찰에서 풀려난 이후에도 주가조작과 횡령 등으로 330여억원을 챙겨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금융비리 은폐 및 직무유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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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본보가 단독입수한 검찰 수사자료와 검찰에 따르면 서울지검 특수2부는 지난해 5월9일 새벽 이 회장을 긴급체포했다가 다음날인 10일 오후 석방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계열사 자금담당자 등 14명을 이 회장과 함께 연행했다가 이들도 다음날 모두 풀어줬다.

검찰은 이 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사과상자 7개 분량의 회계장부와 자금관련 문건들을 확보했다. 당시 검찰수사에 협조했던 A씨는 11일 본보 기자와 만나 “특수2부는 3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해 1000여쪽에 이르는 이 회장의 계열사 내부자료 등을 확보했으며 긴급체포 당시에는 이 회장 등의 수백억원대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를 거의 완벽하게 파악했다”고 말했다.

A씨는 “4월부터 1개월간 매일 8시간씩 검찰에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주임검사에게 자금흐름, 횡령기법, 주가조작 내용을 일일이 설명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어 “당시 횡령이나 주가조작에 사용된 차명계좌 수, 각 계좌번호, 자금 움직임을 요약정리해 제출했다”며 “검찰은 이 회장의 혐의를 사실상 100% 확인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검 중수부가 이달 초 이 회장을 구속하면서 구속영장에 기록한 범죄혐의와 지난해 5월 서울지검이 A씨 등에 대한 조사로 확보한 수사자료에 나타난 이 회장의 횡령액수는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9일까지 사건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던 검찰이 하루 만에 방침을 바꿔 아무런 설명없이 전원 석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특수2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이덕선(李德善) 군산지청장은 “이 회장이 횡령금을 갚았고, 주가조작 부분은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으며 진정인이 진정을 취하해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회장을 수사해달라고 진정서를 냈던 B씨는 “검찰은 당시 이 회장의 비리 전모를 파악했다”며 “내가 진정을 먼저 취하한 것이 아니고 검찰이 석연찮게 수사를 종결한 뒤 2주쯤 지난 시점에서 이 회장측이 협박조로 취하를 종용하는 바람에 취하했다”고 말했다.

<김승련·이명건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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