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초등생도 중국어 배우기 붐

  • 입력 2001년 9월 11일 18시 44분


“빙치린, 하오 츠 마?”(아이스크림 맛있니)

“헌 하오 츠.”(맛있어요)

8일 오후 서울 M백화점 문화센터 어린이 중국어 교실. 초등학생 10여명이 강사의 질문에 중국어로 대답하면서 낯선 중국어 발음에 웃음을 터뜨렸다.

3개월째 중국어를 배운다는 서울 상수초등학교 5학년 강현우군(11)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 발전이 빠른 중국에 관심이 많다”면서 “같은 반 친구 10여명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 조기교육 ‘붐’〓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4∼5명 단위로 초등학생 중국어 그룹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그룹과외는 대개 1시간씩 주 2회 강의에 30만∼40만원선.

중국어 강사 정모씨(30)는 “최근 초등학생 과외 신청이 부쩍 늘었다”면서 “영어 조기교육 탓인지 알파벳으로 중국어 발음을 가르쳐도 초등학생들이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파트단지 주변 보습학원과 백화점 문화센터 등지에 초등학생 중국어반이 개설되고 있다. 서울 M백화점 상계점, S백화점 강남점, L백화점 안산점 등이 어린이 중국어반을 운영 중이다. 서울 강남의 S어학원, B어학원 등도 초등학생 중국어반을 개설했다. 학원 관계자들은 “올해 초등학생 수강생이 5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 H보습학원 관계자는 “중국어 강의를 개설하자 학부모들이 영어보다 중국어에 대해 더 많이 문의한다”고 말했다.

서울 한성화교소학교 관계자는 “한국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려고 입학 문의를 하지만 법적으로 한국 학생이 입학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기적성교육으로 중국어를 개설하는 초등학교도 있다. 서울 청원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의 희망에 따라 지난해부터 중국어 특기적성교육을 시작했다. 중국어반의 학년별 정원은 10명이지만 넘칠 정도로 인기다. 이 학교 조봉화(趙鳳和) 교장은 “6학년 학생 17명에게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중국어 문제를 풀게 했더니 3명이 만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린이 중국어 학습교재와 학습지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7월 J중국어 학습지 업체가 출간한 어린이 중국어 교재 3권은 2개월 만에 1000여부가 팔렸다. N, D사 등이 올해부터 어린이 중국어 학습교재 개발과 방문학습 사업에 뛰어들었다.

▽왜 ‘중국어’인가?〓유치원생 딸에게 중국어와 영어를 가르치는 주부 이모씨(38)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2개 국어 정도는 기본”이라면서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으로 경제발전이 기대돼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권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J중국어학원은 초등학생 수강생만 100여명. 초등학교 6학년생 10여명이 중국 대학에 입학할 때 제출해야 하는 한어수평고사(공인 중국어 능력검정시험) 응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중국어를 잘하면 외국어고나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초등학생들이 일찍부터 학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교육 효과는 ‘글쎄’〓한글이나 한자에 익숙하지 못하면 학습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외국어고 중어과 3학년생의 학부모 김모씨(53)는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국어를 개인교습으로 배웠지만 고교 입학 이후 중국어를 배운 친구들과 실력에 큰 차이가 없더라”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중어과 박재우(朴宰雨) 교수는 “어학은 조기교육이 중요하지만 어릴 때 무리하게 배우면 학습효과가 떨어지고 언어 장애를 겪을 수 있다”면서 “중학생이 된 뒤 배워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박용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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