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義人 바다빠진 아이건지다 탈진死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42분


2일 오후 경기 안양시 한림대병원 영안실. 전날인 1일 오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진 어린이를 구하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숨진 김두호(金斗鎬·30·회사원·사진·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씨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김씨가 자신의 목숨을 던져 구하려던 7, 8세 가량의 남자어린이와 그 가족은 끝내 빈소를 찾지 않았다. 1일자 보도에는 김씨가 이 어린이를 구해낸 뒤 숨진 것으로 돼 있으나 확인 결과 김씨는 이 어린이와 함께 바닷물에 휩쓸렸다가 숨지고 어린이는 해병전우회 인명구조대가 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어쨌든 목숨을 구한 어린이의 가족은 김씨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 없이 사고현장에서 사라진 뒤 이날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어 비정한 세태를 잘 말해주고 있다.

사고가 발생했던 1일 오후 4시경 김씨는 제부리해수욕장 매바위 위에서 가족과 함께 바다 낚시를 구경하고 있었다. 순간 “아이가 물에 빠졌다”는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고 매바위에서 바다쪽 30여m 지점에서 한 남자아이가 물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바위 위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김씨는 신발만 벗고 옷은 그대로 입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

50여m를 헤엄쳐 어린이에게 다가간 김씨는 이 어린이를 물가로 끌어내려 했지만 급류에 휩쓸려 아이와 함께 바다쪽으로 계속 밀려 내려갔다. 아이의 아버지도 2∼3분을 머뭇거리다 바다에 뛰어들었으나 역시 밀물로 거세진 물살을 못이기고 바다쪽으로 휩쓸려 나갔다.

신고를 받고 10여분 뒤 구명보트를 타고 출동한 해병전우회 인명구조대에 의해 남자어린이와 아버지는 구조됐지만 김씨는 결국 구출되지 못하고 사고발생 2시간 만에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해병전우회 인명구조대원 유지형(柳志炯·35·농업)씨는 “아이의 아버지가 구명보트에서 바로 물에 빠진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알려줬으면 김씨를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 어린이의 아버지는 뭍에 도착해서야 “물에 빠진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말해 다시 바다로 출동했지만 끝내 김씨를 구출할 수 없었다.

안양의 한 가전제품 판매업체에서 에어컨 설치 일을 하는 김씨는 이날 하루 휴가를 얻어 가족과 피서를 왔다. 김씨의 부인인 안정애(安貞愛·28)씨는 “평소 남을 잘 도와주고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자상함을 잃지 않았던 남편이었다”며 딸(5)과 돌도 채 안된 아들을 바라보며 “기가 막힌다”며 울먹였다.

<이호갑·현기득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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