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중고교 과학교사모임'신과람'의 과학사랑 제자사랑

  • 입력 2001년 5월 13일 19시 26분


“달 표면의 ‘곰보자국’이 어떻게 생기는지 실험을 통해 보여주면 어떨까.”

“담배 연기로 동그란 도넛 모양을 만드는 원리를 가르쳐주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토요일인 1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자연대 1층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신과람) 사무실.

신과람 회원인 교사 10여명이 올 7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과학축전’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선보일 과학 실험의 소재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정기모임을 갖지만 큰 행사를 앞두면 쉴 새 없이 일한다.

“피곤하지 않으냐고요? 실험을 신기하고 재미있게 바라볼 학생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신나는 걸요. 그래서 ‘신과람’이잖아요.”

신과람은 생활 소재로 과학의 원리를 쉽게 가르치기 위해 91년 결성된 중고교 과학교사들의 모임. 최근 미국과학교육학회(NARST)가 자발적 교사활동의 모범 사례로 신과람을 선정해 학회 모임에서 대대적으로 소개했을 정도로 성공하고 있다.

제자에게 큰사랑을 베풀어 참된 삶을 가르친 스승과 마찬가지로 정성을 다해 제자에게 과학적 소양을 늘려주는 이들도 스승의 날에 되새겨야 할 ‘참 스승’이다.

“환경호르몬 등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과학적 지식은 무궁무진합니다. 교과서로만 배우니 학생들이 과학을 지겨워하죠. 영재가 아닌 모든 학생에게 과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신과람의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의 40% 이상이 문과생들입니다.”

신과람은 몰라도 ‘물로켓’을 아는 사람은 많다. ‘물로켓’은 신과람이 처음 개발해 대중에소개한 실험. ‘작용-반작용’의 원리를 이용해 페트병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힘으로 병이 공중으로 치솟는다. 지금도 곳곳에서 물로켓 대회가 열릴 정도로 반향이 컸던 ‘흥행 성공작’이다.

이밖에도 촉매의 원리를 눈에 보이도록 설명해 교과서에도 실린 ‘꿈틀거리는 뱀’, 수소 기체의 반응성을 보여주는 ‘달걀수소폭탄’, 고무풍선을 이용한 ‘음주 측정기 원리 터득하기’ 등 신과람이 개발한 흥미 있는 실험은 수도 없이 많다(www.tes.or.kr 참조).

신과람은 창립 초기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실험실이 없어 매주 대학을 옮겨다니며 사정해 빈 실험실을 사용해야 했다. 또 교사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회비로는 실험 재료를 사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하는 수 없이 ‘넝마주이’ 같이 쓰레기통을 뒤져 생활 속의 실험 소재를 구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신과람은 대학 교수들을 제치고 정부의 연구 용역을 딸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과학기술부의 연구 용역을 받아 과학교사를 위한 과학 전문 포털 사이트인 ‘사디르’(sadir.net)를 개통했으며 99년에는 여성특별위원회(여성부의 전신)의 의뢰로 ‘여학생 친화적 과학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모두 대학 교수팀과 당당히 경쟁한 결과였다. 회원도 전국적으로 150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신과람은 매년 여름방학 때 중고교생을 위한 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사이언스 잼버리’ ‘신나는 과학놀이마당’ 등 과학 행사도 벌이고 있다.

이 모임의 대표인 유성철(柳盛喆·서울 태릉고 물리담당)교사는 “나라가 어려울수록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면서 “대다수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주기 위해 학교 현장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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