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아들 청부살해 '충격'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52분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이유로 혈육을 죽이는 끔찍한 반인륜적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가족 청부살해 사건에 사회복지 담당공무원과 전 장애인보호단체 간부까지 개입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잇따른 가족살해〓충북 청주동부경찰서는 12일 청부업자를 동원해 정신질환을 앓아온 아들을 살해한 어머니 양모씨(71·무속인·청주시 비하동)와 딸 김모씨(42)에 대해 살인교사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돈을 받고 청부살인을 저지른 이 지역 모 장애인보호단체 전 지부장 윤모씨(37)와 정모씨(41·택시운전사)에 대해 살인혐의로, 양씨에게 윤씨를 소개해준 자치단체 사회복지 담당직원 정모씨(55·행정 6급)에 대해 살인교사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와 김씨는 지난해 10월 20일 공무원 정씨로부터 소개받은 윤씨와 택시운전사 정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착수금 3100만원을 포함, 모두 1억100만원을 주기로 하고 아들을 죽여달라고 부탁한 혐의다.

윤씨와 정씨는 지난해 11월11일 오후 11시반경 청주시 북문로 3가 C병원 정신병동에서 퇴원하던 양씨의 아들 김모씨(당시 40세)를 양씨 등으로부터 넘겨받아 승용차에 태운 뒤 청원군 내수읍 비상리 뒷산으로 끌고가 목을 졸라 죽인 뒤 매장한 혐의다. 양씨는 경찰에서 “군 제대 후부터 정신질환이 생긴 아들이 폭행을 일삼고 딸과 이웃주민을 성폭행하는 등 말썽을 빚어 살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공무원 정씨는 “이웃집에 사는 양씨가 아들 때문에 고민을 해오다 ‘돌아오기 힘든 곳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해 오지의 사회복지시설 현황을 잘 아는 윤씨를 소개해 줬을 뿐 그것이 청부살인을 의미하는 줄은 전혀 몰랐다”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신청했다.

이에 앞서 1일에는 명문대 석사출신 주부 이모씨(35·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가 유치원생인 딸(6)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지능이 뒤떨어지는 것을 고민하다 딸을 죽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딸아이가 남보다 지능이 모자라 자라면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일을 저질렀다”고 말해 충격을 던져줬다.

▽전문가 진단〓충남대 이동인(李東仁·사회심리학) 교수는 “효율성과 물질을 강조하는 자본주의적 가치가 팽배해지면서 뒤지거나 부담을 주는 구성원을 함께 이끌고 갈 인내와 여유가 없어진데다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가족이나 친족의 개념이 붕괴한 결과”라며 “변화한 사회시스템에 맞는 새로운 가치의 확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이훈구(李勳求·사회심리학) 교수는 “이 같은 사건을 사회의식의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정신질환자나 저능아 등이 정상을 되찾아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복지시스템의 정비와 이 같은 질환 등을 감추려고만 하지 않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청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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