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개구혼 여경4명 상부지시로 '중매방' 폐쇄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42분


‘미녀 경찰관들 어디 갔습니까.’

대구 수성경찰서 여성 경찰관 ‘4인방’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 구혼했다는 기사(본보 11일자 A23면 보도)를 읽고 이 경찰서 홈페이지(ss.tgpolice.go.kr)에 접속한 수많은 ‘총각’네티즌들이 실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11일 오전 수성경찰서측이 이들의 신상과 사진, 자기소개 등 공개구혼 내용이 담긴 홈페이지 내 ‘포순이 중매방’을 서둘러 지워버렸기 때문. 6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구혼 사실을 알린 지 5일 만이다.

김재희(金載熙)대구지방경찰청장이 보도 내용을 보고받고 “무슨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며 관계자들을 심하게 질책, 관련 사이트 삭제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김청장은 “‘10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경찰에 입문한 엘리트 여성들이 결혼 상대도 제대로 구하지 못해 공개 구혼을 하느냐’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줘 다른 동료 여경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고 국가기관 통신망에 개인신상 내용을 띄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특히 해당 여경들로부터 ‘다시는 그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반성문(각서)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수성경찰서측은 “여경들의 실명과 소속 등이 언론 보도를 통해 노출됨에 따라 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 당분간 중매방을 폐쇄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사를 읽은 많은 시민과 경찰 직원들은 여경들의 인터넷 공개구혼을 신선하게 받아들인 게 사실이다.

일선 경찰서의 한 직원은 “경찰가족 중에 그처럼 예쁘고 생각이 건전한 새내기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흐뭇했다”면서 “나이 지긋한 민원인들은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며 아쉬워했다.

하루 평균 150여건에 불과하던 수성경찰서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횟수가 본보 보도 이후2000여회로 급증하는 등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대구경찰청 안팎에선 김청장이 과민한 반응을 보인 것 같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구〓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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