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감사백서]재탕면접등 대학 주먹구구식 행정

  • 입력 2001년 4월 8일 19시 03분


‘학생부 성적을 학기별 한 과목만 반영해 총 지원자 1만444명 중 95%인 9898명을 동점자로 만든 대학’ ‘면접고사 문제 20개 중 17개를 전년도와 똑같이 출제한 대학’ ‘연구실적 심사 때 심사대상인 지원자들(교수)이 직접 위원을 골라 심사받도록 한 대학’….

우리나라 대학의 어처구니없는 실태의 한 단면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8일 지난해 대학 등 154개 교육기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담은 ‘2000년 교육부 감사백서’를 내놓았다. 감사 결과 상당수가 입시관리는 물론 학사관리 교수채용 회계관리 등을 주먹구구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총 1274건을 지적해 징계 129명을 포함, 모두 3543명에 대해 경고 및 주의 등의 조치를 내리고 98억4735만원 상당의 재정적 제재를 가했다. 또 169건을 행정조치했다.

이 백서에 따르면 A대학은 98∼2000학년도 특차 및 일반 전형에서 수십명의 교과성적을 잘못 입력했고 봉사 성적, 출석 성적 처리에도 수십명에 오류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B대는 입시 면접고사 문제를 내면서 99학년도에는 20개 문항 중 15개 문항, 2000학년도에는 20개 문항 중 17개 문항을 전년도와 똑같이 출제했다.

또 C대는 체육학과 실기고사에서 채점 오류로 67명의 실기점수를 잘못 반영했고 D대는 해양체육학과 지그재그달리기 기록을 전산처리 잘못으로 4점씩 낮춰 반영했다. E대학은 98∼2000학년도 농어촌특별전형에서 부모와 함께 고교 시절 농어촌 지역에 함께 거주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18명을 적격 대상자로 판정했고 F대학은 실업고 동일계 지원자가 아닌 수험생 22명을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각각 경고를 받았다.

학사 및 인사관리도 엉망이었다. G대는 교수 7명이 99∼2000학년도 1학기에 출장으로 강의를 못했는데도 강의한 것으로 처리했고 H대는 교수 52명이 97∼2000학년도 1학기에 총 89개 교과목에서 발생한 322시간의 결강을 허위로 보강한 것으로 처리했다. I대 교수 5명은 97∼99학년도에 총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다른 대학에 멋대로 주당 3∼7시간씩 출강해 경고를 받았다.

교수채용 및 승진과 관련한 불법사례도 만만치 않다. 지방 J대는 교수를 신규 채용하면서 전공 이수학과 일치도를 10점 만점으로 채점해야 되는데도 1점 만점으로 채점했고, 학장이 위원을 위촉해 심사해야 하는 연구실적 심사를 지원자들이 직접 위원을 위촉해 심사케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밖에 K대는 직제에 없는 행정비서실장, 팀장 등 임의조직을 구성해 운영하고 부교수 이상을 임용해야 하는 처장에 전임강사를 임용하고 사무직원을 임용해야 하는 자금관련 과장 보직에 전임강사를 임용해 징계를 받았다.

L대는 97∼99년 기성회 회계 등에서 총 35억1700만원을 예산보다 초과 집행했다. M대는 97∼2000년 이과대 생명과학부 생물학 전공학생들로부터 ‘식물생태학 및 실험’ 과목의 현장 조사비 등 명목으로 연간 최고 10회에 걸쳐 15만원까지 받아 경고를 받았다.

<이인철·김경달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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