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여군답게 No할땐 No해야" 합참 성희롱 예방교육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29분


―만약 당신의 아내가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얘기한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당장 때려치워. 도대체 평소 행실을 어떻게 하고 다니기에….”

16일 오후 서울 용산의 국방부 제2회의실에서 열린 성희롱 예방교육장. 강사로 초빙된 최영애(崔永愛)한국성폭력상담소장의 질문에 방청석에 앉은 푸른 제복의 군인들은 다소 멋쩍은 표정으로 이런 답들을 내놓았다.

이날 교육은 최근 육군 ○사단장의 부하 여군장교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합동참모본부가 외부 민간인 강사를 초빙해 성희롱 방지책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 이종규(李鍾圭)국방부차관보 김무웅(金武雄·해군중장)합참인사군수본부장 등 합참과 국방부의 하사관 이상 남녀 간부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강의에서 최소장은 △서류를 건네받으며 손을 만지는 행위 △예쁘다며 볼을 잡아당기는 행위 △컴퓨터에 누드사진을 띄워놓는 행위 △음흉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행위 등 각종 성희롱 사례들을 열거했고, 방청석에선 간간이 폭소와 함께 “그런 것까지 성희롱이 되느냐”는 얘기들도 나왔다.

최소장은 특히 △군내 성폭력에 대한 실태조사 △고충처리위에 남녀동수 배치 등 군내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한 뒤 “여군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열린 국군이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여군들에 대해서도 “씩씩하게 ‘노(No)’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국방차관보를 위원장으로 하고 인사복지국과 한국국방연구원(KIDA)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성희롱 사고방지연구위원회를 구성해 선진국들의 사례를 연구하는 등 방지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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