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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5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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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최근 99년 5월 민간인으로 초대 시립박물관장을 맡은 이종선(李鍾宣·53)씨를 3년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사표를 내도록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15일 “이씨가 박물관 직원들과 잦은 불화를 빚어온데다가 방만한 운영으로 물의를 일으켜왔다”며 “이관장에게 스스로 용퇴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민간인 출신을 공직에 임용한 뒤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이처럼 사표를 종용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앞서 고건(高建) 서울시장 취임 후 영입했던 ‘삼성맨’ 이필곤(李弼坤) 전 행정1부시장이 1년1개월 만인 99년 8월 그만뒀고 ‘현대맨’이었던 김정국(金正國) 전 서울지하철공사 사장도 99년 8월 부임한 지 1년반 만에 공직을 떠났다.
이와 관련해 민간인 출신들이 기존 공직사회 내부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는 시각과 함께 기존 공직사회의 시스템을 도외시한 ‘독선적인’ 운영이 낳은 결과라는 의견이 서울시 안팎에서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가 전격적으로 이관장을 교체키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은 내년 상반기 개관을 앞둔 시립박물관의 공사진척 상황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관장 교체 후 이관장이 추진해온 박물관 조성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립박물관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경희궁터 6900평 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어지며 내년 상반기에 문을 열 예정이다.
이관장은 15일 본사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퇴문제는 서울시 인사권자의 권한이기 때문에 피인사권자 입장에서 할 말이 없다”며 자세한 답변을 거부했다. 서울대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를 졸업한 이관장은 호암미술관 부관장 등을 지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