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 고 이수현씨 고국 품으로 돌아오다

  • 입력 2001년 1월 30일 15시 55분


전철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李秀賢·고려대 무역과 4년 휴학)씨의 유골이 30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에서 고향인 부산으로 옮겨졌다.

이씨의 아버지 이성대(李盛大·61)씨와 어머니 신윤찬(辛潤贊·50)씨는 아들의 유골과 영정을 들고 이날 오후 나리타(成田)공항을 통해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했다. 나리타공항에는 이씨가 유학중이던 일본어학교 아카몬카이(赤門會) 아라이 도키요시(新井時贊)이사장과 한국인 동료 등 20여명이 배웅했다.

출국에 앞서 아버지 이씨는 "남을 도우라는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 아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장례식을 치를 수 있도록 도와준 일본 정부와 시민, 학교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어머니 신씨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던 수현이가 뜻을 못이루고 갔지만 그보다 더 큰 일을 했으니 저 세상에 가서도 너무 애통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주변이 정리되는 대로 학교측과 상의해 수현이의 뜻을 기리는 기념사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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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부모는 이날 오전 이씨와 함께 목숨을 잃은 세키네 시로(關根史郞·47·카메라맨)씨의 어머니 지즈코(千鶴子·76)씨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신씨가 "아드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아드님 몫까지 오래 사시라"고 말하자 지즈코씨는 "일부러 전화해주어 고맙다"며 이씨 부모의 건강을 기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씨와 세키네씨의 의로운 행동을 기리기 위해 감사의 뜻을 담은 목배(木盃·나무로 된 잔)를 수여하기로 했다. 또 일본 연립여당중 하나인 공명당의 후유시바 데쓰조(冬柴鐵三) 간사장은 이날 주일 한국대사관을 방문해 조의를 표하며 조위금을 전달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이씨와 세키네씨의 죽음은 결코 의미없는 죽음이 아니며 용기와 자기희생의 귀중함을 몸으로 가르쳐 주었다'고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렸다. 사설은 또 '일본 정부에 대해 두 사람의 숭고한 죽음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모리 총리는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그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국민에게 이런 정신을 심어줄 수 있도록 교육을 개혁하자고 호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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