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청문회 증언]"박지원씨에 돈가방 전달한다고 했다"

  • 입력 2001년 1월 12일 18시 53분


한빛은행 불법대출 의혹사건과 관련해 박혜룡(朴惠龍)아크월드 대표가 박지원(朴智元)전문화관광부장관에게 거액이 들어 있는 돈가방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서울지검은 지난해 10월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같은 의혹을 집중 조사했으나 확증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창섭(申昌燮)전 한빛은행 관악지점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한빛은행사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지난해 설을 앞두고 박혜룡사장으로부터 ‘박장관에게 돈을 갖다드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돈이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액수는 억대였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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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에스이테크 권증(權證)부사장이 박혜룡씨에게 ‘군납 수주를 받을 수 있도록 박장관에게 잘 얘기해달라’며 1억원 가량의 현금을 전달한 사실은 확인됐다”며 “그러나 박씨가 박전장관에게 돈을 갖다주지 않았다고 완강히 부인해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박씨의 운전사 김민수씨는 ‘가방에 현금이 들어 있는 것을 봤고, 그 가방을 박사장이 차 트렁크에 넣는 것도 봤다’고 진술했었다”고 말했다.

권부사장은 “박전장관에게 전달하라는 뜻으로 1억5000만원을 준 사실이 있느냐”는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의원의 질문에 “지난해 1월 5000만원짜리 수표 2장으로 1억원을 박사장에게 준 사실이 있으나, 그 돈이 박전장관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아크월드의 출금전표에 ‘차입금에 대한 이자’ 명목으로 매월 1000만원씩 인출된 사실을 근거로 해 박혜룡씨가 매월 1000만원씩을 박전장관에게 줬다는 의혹도 제기했으나 박씨는 “그 돈은 어머니에게 빌린 돈에 대한 이자였다”고 말했다.

또 신창섭 전 지점장은 “박혜룡씨의 뒤에 박전장관과 이수길(李洙吉)부행장이 있다고 믿고 200억원이 넘는 부당대출을 해줬다”며 “지난해 1월19일 본점 검사팀에 의해 부당대출사실이 적발됐을 때 이부행장이 ‘잘 도와주라’는 전화를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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