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장 여성비하발언 파문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8시 32분


이병곤(李炳坤)부산지방경찰청장이 여성 경찰관을 포함한 직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교양교육을 실시하면서 여성비하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청장은 18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부산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직원 교양교육’에서 경찰관이 갖춰야 할 인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여자는 똑똑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직원의 근무태도와 관련해 “자존심이 세다며 톡톡 쏘기를 좋아하는 여직원들이 있다”며“여자가 똑똑하면 피곤하다. 여자는 좀 얼빵한(‘어리숙한’의 속어) 맛이 있어야 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청 공보관 재직시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여성에 대한 예절마저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특정 언론사와 개인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모 일간지에 A라는 여기자가 있는데 ‘A기자’라고 안하고 ‘미스 A’라고 했다며 매일 남자 경찰관들과 싸움을 했다”며 “그놈의 미스 A나 A기자나 그게 다 같은 거지 무슨 차이가 있다고 그걸로 싸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여자가 톡톡 튀면 동네가 다 피곤하니까 부드럽게 살자”고 강조했다. 이 강의내용은 폐쇄회로 TV를 통해 부산경찰청 각 사무실에 방송됐다.

폐쇄회로 TV를 통해 이청장의 발언을 들은 한 여직원은 “한 마디로 너무 기분이 나쁘고 일할 맛이 안난다”며 “민원인이 여성 경찰관에게 ‘미스 X’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여성단체 등은 여성특위에 알려 문책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청장은 “여성을 비하한 것이 아니고 남녀를 떠나 인생살이가 약간은 어수룩해야 좋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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