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아시아 투자전문회사인 i리젠트가 98년 2월 설립한 금융지주회사 코리아온라인(KOL)의 피터 애버링턴 부회장은 26일 MCI코리아 진승현 부회장과의 인연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 때는 국내시장 공략의 동반자. 그러나 이제는 모든 인연을 끊어버리기에 바빴다.
애버링턴 부회장은 KOL이 진씨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유리젠트증권의 고창곤 전 사장의 소개 때문이라고 말했다.
2차 증자를 위해 투자자를 찾던 99년6월 고사장이 KOL 경영진에 진씨를 소개했고 진씨의 배경과 신인도 등을 검토한 KOL측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고 대주주로 참여시켰다는 것.
공조관계에 금이 간 것은 올 1월. 진씨가 지난해 말부터 대유리젠트증권의 주식을 매입해 주가를 띄워 KOL에 시가보다 20% 높은 금액에 사줄 것을 요청한 때부터.
애버링턴 부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전 계열사에 진씨 계열사와의 거래를 끊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리젠트종금의 이사를 겸임했던 고씨가 내부지침을 어기고 600억원을 불법 대출했다는 것.
KOL측은 △이 같은 불법대출 사실을 발견한 4월 즉시 관련 경영자를 문책하고 △5월엔 금융당국에 진씨의 부당대출과 관계정리를 보고했으며 △9월경 진씨에게서 13.3%의 지분(현재 약 1440억원의 가치)을 담보로 넘겨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진씨의 지분을 모두 해외에 매각해 진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600억원이라는 거액의 불법대출이 한두 사람의 결정으로 이뤄질 수 있었는지 △고창곤 전 사장이 불법대출에 관여한 사실을 4월에 인지하고도 7월말에야 사표를 받은 점 △리젠트종금이 동일인여신한도를 초과해 MCI코리아에 불법 대출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MCI에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은 “우리도 피해자”라는 KOL의 주장을 믿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