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게이트]KOL '우리도 피해자' 사실일까?

  • 입력 2000년 11월 26일 20시 03분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람을 잘못 선택했다. 진씨의 지분을 전량 매각해 관계를 정리하겠다.”

국내 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아시아 투자전문회사인 i리젠트가 98년 2월 설립한 금융지주회사 코리아온라인(KOL)의 피터 애버링턴 부회장은 26일 MCI코리아 진승현 부회장과의 인연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 때는 국내시장 공략의 동반자. 그러나 이제는 모든 인연을 끊어버리기에 바빴다.

애버링턴 부회장은 KOL이 진씨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유리젠트증권의 고창곤 전 사장의 소개 때문이라고 말했다.

2차 증자를 위해 투자자를 찾던 99년6월 고사장이 KOL 경영진에 진씨를 소개했고 진씨의 배경과 신인도 등을 검토한 KOL측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고 대주주로 참여시켰다는 것.

공조관계에 금이 간 것은 올 1월. 진씨가 지난해 말부터 대유리젠트증권의 주식을 매입해 주가를 띄워 KOL에 시가보다 20% 높은 금액에 사줄 것을 요청한 때부터.

애버링턴 부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전 계열사에 진씨 계열사와의 거래를 끊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리젠트종금의 이사를 겸임했던 고씨가 내부지침을 어기고 600억원을 불법 대출했다는 것.

KOL측은 △이 같은 불법대출 사실을 발견한 4월 즉시 관련 경영자를 문책하고 △5월엔 금융당국에 진씨의 부당대출과 관계정리를 보고했으며 △9월경 진씨에게서 13.3%의 지분(현재 약 1440억원의 가치)을 담보로 넘겨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진씨의 지분을 모두 해외에 매각해 진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600억원이라는 거액의 불법대출이 한두 사람의 결정으로 이뤄질 수 있었는지 △고창곤 전 사장이 불법대출에 관여한 사실을 4월에 인지하고도 7월말에야 사표를 받은 점 △리젠트종금이 동일인여신한도를 초과해 MCI코리아에 불법 대출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MCI에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은 “우리도 피해자”라는 KOL의 주장을 믿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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