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게이트' 수사방향]문책받고도 또 대출받은 배경?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42분


검찰은 ‘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수사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진씨가 열린상호신용금고에서 불법대출받은 돈의 사용처와 불법대출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등에 로비를 벌였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한스종금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진씨가 금감원과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한 로비 여부도 수사 대상.

▽열린금고 불법대출〓검찰은 금감원이 수사의뢰를 하는 대로 진씨가 4월부터 11월초까지 열린금고에서 불법대출받은 377억원의 사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진씨가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열린금고에서 이미 638억원을 불법대출받아 금감원의 문책을 받고도 다시 불법대출을 감행한 게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금감원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부분이 있었는지, 진씨가 금감원에 로비를 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스종금 외자유치 과정〓진씨가 올해 4월 ‘껍데기’뿐인 외국기업 스위스 프리밧방크 컨소시엄(SPBC)을 내세워 아세아종금의 대한방직 보유지분 28.6%를 10달러에 인수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

검찰은 진씨가 한스종금의 외자유치 중개역할을 맡은 MCI코리아를 운영하면서 허위 외자유치 계획을 공개해 한스종금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씨는 “SPBC는 엄연히 존재하는 컨소시엄이고 SPBC의 법인등기부 등본이 금감원에 제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방직측과의 공모 여부도 수사대상. 검찰은 아세아종금의 대주주였던 대한방직이 종금사를 단 10달러만 받고 넘긴 데에 의혹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대한방직 설모 전회장이 아세아종금에서 여신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받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진씨와 짜고 매각을 추진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으나 수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설 전회장은 9월초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홍콩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정관계 상대 로비〓검찰은 24일 진씨가 금감원이나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한 단서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주간지는 최근 진씨가 신인철(59·구속·전 아세아종금 상임감사) 한스종금 전사장을 통해 금감원 등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올해 4월 진씨가 신 전사장을 아세아종금 사장으로 영입하며 신 전사장에게 20억원을 전달했고 이 돈이 로비 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이 의혹의 내용.

하지만 검찰은 이 돈 가운데 19억6000만원이 신 전사장의 부인이 가구공장을 운영하다 진 빚을 갚는 데 쓰여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주가조작〓진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홍콩에 본사를 둔 영국계 금융그룹인 리젠트퍼시픽 그룹의 자본을 끌어들여 합작회사를 세우기 위해 출처가 정확치 않은 자금을 동원해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대유리젠트증권의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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