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취업난 심각…30대기업 하반기채용 30%이상 줄어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32분


하반기 대학 졸업자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대기업과 공기업, 은행들이 채용 규모를 줄인 탓이다. 자금사정이 악화된 벤처기업들도 채용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올 대학 졸업예정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최악의 취업난에 처하게 됐다.

17일 리크루트 등 취업정보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퇴출 및 구조조정 여파로 대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계획 자체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11월중 1000명을 뽑으려던 대우자동차는 부도 영향으로 채용 계획이 완전 백지화된 상태. 삼성그룹도 하반기 채용 예상 인력 4000여명 중 절반을 뽑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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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인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은 각각 민영화와 구조조정으로 내년 2월까지 신규 채용 계획을 아예 세우지 않았다. 금융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은행권 역시 채용을 거의 중단했다. 주택은행의 경우 당초 200명으로 예상됐던 하반기 채용 인원을 100명으로 줄였다.

IMF 환란이 닥친 직후인 98년초 4년제 대졸자 19만6566명 가운데 8만5805명만이 취업했다. 내년초 졸업생 20만여명 가운데 7만여명만 일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월간 취업정보지 리크루트의 오세인 편집장은 “30대 대기업들이 연초 발표보다 하반기 채용 인원을 30%이상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사람을 구하는 기업 자체가 줄어들자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600명을 모집한 현대, 기아자동차에는 4만명이 원서를 접수했으며 70명을 뽑는 LG캐피탈에는 7210명이 지원해 10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50명을 모집한 SK텔레콤에는 3950명이 지원서를 냈다. 유통업체에도 지원자가 몰려 신세계백화점 150대 1, 롯데백화점 85대 1, 현대백화점 95대 1 등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또한 기업들의 ‘준비된 인력’ 선호로 대졸자의 취업 기회는 더욱 좁아졌다. 하반기 대기업들이 채용한 인력 1만여명중 대졸 신입사원은 55%정도인 5500명에 불과했다. 취업정보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의 김화수 대표는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의 80%는 경력자를 원하지만 구직자의 60%이상이 신규 인력”이라고 말했다.

내년초 채용 전망도 상당히 비관적이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내년에는 17만명으로 추산되는 취업 재수생과 20만 졸업자중 취업을 원하는 18만명이 임시직까지 통틀어 8만5000여개에 불과한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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