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게이트' 국감증언]'잃을 것 없는' 鄭씨 주장에 '무게'

  • 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39분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핵심인물인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정현준(鄭炫埈)씨와 동방금고 부회장 이경자(李京子)씨는 6일 국회 정무위에 증인으로 출석, 주요 대목마다 서로 엇갈리는 증언을 했다. 따라서 양측 주장의 신빙성 여부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양측 주장의 신빙성〓정씨는 “이부회장이 여권실세를 많이 안다고 했느냐”는 질문에 “권노갑, 김홍일이라는 이름을 대는 것을 들어봤다. 이씨가 신양팩토링 대표 오기준씨를 통해 잘 안다고 했다”고 진술한 반면, 이씨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신양팩토링 개업식 때 여권인사들이 보낸 축하화분을 봤느냐는 질문에서도 주장이 엇갈렸다.

정씨와 이씨는 이 밖에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에 따른 10억원대 금감원 로비의혹과 △정치권 로비용 백지수표 제공여부 등 핵심의혹 사항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마다 평행선을 달리는 진술로 일관했다.

법조계는 그러나 정씨가 이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반면 이씨는 재기를 위해 보호해야 할 사람이나 유지해야 할 재산이 적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씨보다 정씨의 주장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벤처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였던 정씨가 KDL 등 계열사 도산으로 사실상 재기가 어려운 ‘무일푼’ 상태로 전락했지만 명동 사채시장 출신인 이씨의 경우 아직도 적지 않은 목돈을 가지고 있으며 재기를 노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수사전망〓이 사건의 수사 책임자인 이기배(李棋培)서울지검 3차장은 7일 전날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로 인해 진상규명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차장은 이날 사견임을 전제로 국회와 언론 등 검찰 수사에 호의적이지 않은 여러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국회에서 정씨와 이씨의 진술이 공개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는 두 사람을 철저히 차단한 상황에서 정씨가 내뱉은 주장의 정황증거를 모은 뒤 이씨를 추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차장은 “수사는 분리신문과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추궁, 대질신문, 구속 피의자와 불구속 피의자의 수사 진도 조절 등 고도의 기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의 이번 국감 증언으로 분리신문이 어렵게 돼 이씨와 수사선상에 오른 다른 대상자들이 검찰 수사를 어렵게 만들 준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 권노갑-김홍일씨 "이름 도용 당했을 뿐" ▼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에 대한 국회 정무위의 국감(6일)과 핵심 관련자들의 증언에 대해 여야 및 당사자들의 입장과 반응은 크게 달랐다.

▽민주당〓정현준(鄭炫埈)한국디지탈사장 본인의 진술로 한나라당이 제기해 온 여권 실세들의 ‘정현준 펀드’ 가입의혹이 깨끗이 해소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7일 “한나라당의 주장이 허구임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한나라당은 그동안의 의혹 부풀리기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대변인은 또 “정현준씨와 이경자(李京子)동방금고 부회장이 ‘여권 실세를 만난 적도, 로비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며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과 정씨가 전화통화를 했던 사실을 보면 결국 이번 사건도 ‘이운영 사건’처럼 야당이 배후에 있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역공을 취했다.

▽한나라당〓정현준씨 등의 증언으로 여당실세들의 개입사실이 상당부분 입증됐다는 입장. 한나라당은 이경자씨가 평소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과 김홍일(金弘一)의원을 안다고 말해 왔으며 신양팩토링 개업식에 두 사람 명의의 화분이 있었다는 정씨의 증언을 근거로 들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이니셜로 거론된 정관계 실세 관련의혹이 착착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검찰은 짜맞추기 수사로 국민 눈속임 작업을 중단하고 진실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당사자〓권노갑 최고위원 및 김홍일 의원측은 “개업식에 난을 보낸 적이 없다”며 “난 화분이 있었다면 자신들의 세 과시를 위해 이름을 도용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씨와의 사전접촉 사실이 확인된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의원측은 “통상적인 정보수집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정현준씨와 이경자씨의 진술 비교
-정현준이경자
정치인 관련여부이씨로부터 ‘권노갑위원, 김홍일의원을 잘 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그런 얘기 안했다. 정씨가 거짓말 한다. 정치인은 모른다.
금감원 로비(이씨 로비와 관련) 수사기관에 금감원장과 부원장 이야기를 했다.금감원 사람들을 잘 아는 것처럼 행동한 적이 없다.
검찰간부 로비수사기관에 이씨의 검찰 인맥도 이야기했다.(검찰에 실명 진술)언급 없음
금감원 로비자금10억원의 행방현금으로 받아 이씨에게 전달했다.검찰에서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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