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게이트]수사 최종목표 금감원-정계 유착인사 규명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9시 08분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 수사의 핵심은 금감원 고위 관계자들이 어느 정도 연루됐는지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가 과연 실제로 있었느냐 여부다.

검찰은 자진출두한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鄭炫埈)사장과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부회장을 상대로 불법대출 경위와 대출자금의 사용처, KDL주식 시세조종 혐의 등을 꼼꼼히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대한 수사는 어디까지나 '과정’에 불과하다. 수사의 최종 목표는 금감원 및 정관계 인사들과의 유착여부를 캐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26일 특수2부 검사 6명 전원을 이3사건에 투입했다. 단순한 불법대출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들 연루여부〓금감원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의 단서는 정사장이 주가조작을 위해 조성한 사설펀드의 명단과 정사장의 ‘입’이다.

검찰은 이날 금감원으로부터 사설펀드 투자자 명단을 입수해 정밀조사중이다. 사설펀드는 최소 5개 이상에 가입자들도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펀드 명단에서 유력 인사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펀드 명단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투자한 차명 투자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력인사일수록 이 같은 차명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 명단에 대한 확인작업이 진행되면 금감원 관계자 등 유력 인사들의 유착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다.

정사장의 진술도 심상치 않다. 그는 검찰에 출두해서도 "이부회장이 코스닥 기업 민원 해결을 위해 10억원을 금감원 간부들에게 뿌렸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정사장 진술의 신빙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정사장은 신용보증기금 사건의 이운영(李運永)씨와는 달리 비교적 논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로비의혹〓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권 또는 권력 실세의 연루설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단서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계 인사는 "이번 사건에서는 정치권의 힘보다는 '시장의 힘’이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주가조작을 통한 대규모 시세차익이 정치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며 시장의 사정과 논리에 따라 좌우되는 문제라는 뜻이다. 검찰 관계자도 취재진에 "그림을 너무 크게 그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를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 로비나 개입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서 자금을 끌어쓰기 위해 정사장 등의 펀드에 비밀리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정사장 등도 권력의 힘을 직접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만일의 경우에 대비, 권력실세들에게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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