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총파업]여권 "협상도중 파업 해도 너무한다"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50분


“협상 진행 중에 파업을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우리나라는 의사만 사는 나라가 아니다.”

의료계가 6일부터 다시 총파업에 돌입키로 한 데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5일 이렇게 말했다. 여권의 강경기류를 대변한 셈이다.

그는 또 “각계의 의견을 반영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 중인데도,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다시 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이 나라 의사들의 윤리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권 내엔 “의료계가 해도 너무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으나 의료계를 자극할 것을 우려해 공식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민주당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이날 “벌써 몇차례 겪은 일인데, 새삼 당의 공식 입장을 내기도 뭣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진료를 하면서도 요구할 수 있는데 파업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직업윤리에도 맞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이의장은 “파업이 얼마나 동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과거와 같이 광범위하게 파업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석에선 보다 강경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정부가 그 정도로 동요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파업이 계속되면 의대생들이 1년 늦게 졸업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선 “도대체 정부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끌려다니기만 할 것 같으면 애초에 무엇하러 의약분업을 한다고 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소리도 높다.

수도권 출신의 한 재선의원은 “불법 파업을 한 의사들이 오히려 정부 책임자의 문책을 요구하며 큰소리를 치는 등 사태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제는 밀어붙이든지, 아예 포기하든지 양단간에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예정에 없던 긴급 의약분업대책 특위를 소집, 의료계 파업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나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을 지켜보자는 원론적인 입장을 정리하는데 그쳤다. 섣불리 나섰다가 화를 자초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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