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박혜룡씨 동생 대출 개입의혹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57분


한빛은행 거액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조사부(곽무근·郭茂根부장검사)는 29일 밤 건축자재 수입업체인 A사 대표 박혜룡씨(47·구속)를 구치소에서 불러 대출과정의 외압이나 청탁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박혜룡씨를 상대로 동생 현룡씨(40·전 대통령 공보수석실 행정관)가 지난해 3월경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박지원 공보수석비서관의 친조카’라며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15억원의 대출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외압을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추궁했다.

▼신용보증기금 사건 조사▼

혜룡씨는 검찰 조사에서 “동생을 내 회사 이사자격으로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이던 이운영(李運永)씨를 만나도록 했으나 이씨가 ‘현룡이는 회사 내용도 잘 모르고 회사 신용도 좋지 않다’며 대출보증을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혜룡씨는 “현룡이가 지점장을 만났을 때 ‘청와대 행정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현룡씨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98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년3개월간 형의 회사인 A사 이사로 재직했다.

혜룡씨는 또 이씨가 대출보증서 발급 요구를 거절한 뒤 경찰청 조사과(사직동팀)로부터 개인비리 혐의에 대해 조사받은 것과 관련해 “내가 청와대를 움직여 이씨를 수사하도록 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가 처음에 대출보증을 거부하다가 5억원에 대해 대출보증을 해준 데는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이와 관련해 검찰은 당시 이씨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 동부지청으로부터 수사기록과 이씨측이 제출한 탄원서를 넘겨받아 정밀 분석중이다.

▼한빛은행 사건 수사▼

검찰은 올 5월 청와대에서 나온 뒤 서울 여의도에서 벤처캐피털 업체 P사를 운영하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가 시작된 뒤 잠적한 현룡씨를 소환조사키로 하고 그를 찾고 있다.

검찰은 A사의 회계장부에서 한빛은행 전 관악지점에 대출 이자를 낸 자료중 일부가 현룡씨 명의로 돼 있어 현룡씨가 불법대출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룡씨를 출국금지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이나 아직 뚜렷한 범죄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은 혜룡씨가 불법대출 받은 170여억원 중 동생 현룡씨에게 전달된 돈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혜룡씨와 공모해 250여억원을 불법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기자재 제조업체인 S사 대표 민모씨를 이번주중 소환해 민씨의 대출금중 혜룡씨에게 전달된 돈의 정확한 액수와 그 사용처를 밝히기로 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박씨 집안 박장관과 친근"▼

박씨 형제 집안과 박지원문화관광부 장관의 관계를 잘 아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한가족 또는 ‘아주 가까운 친척’으로 비칠 정도로 밀접한 사이였다고 한다. 박씨 형제의 아버지 박귀수 전의원(9대·전남 진도)과 박장관은 집안 대소사가 있거나 명절 때 만나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

박전의원의 생존 당시 두 집안의 중심은 박전의원의 집(서울 서초동 M아파트)이었다고 제보자는 말했다. 박전의원의 직업은 의사로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했으며 박장관은 박전의원에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다는 것.

박장관이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는 박전의원 집안 전체가 자원봉사자로 나서 박장관의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한다.

따라서 박장관이 박씨 형제와의 관계에 대해 “굳이 따지자면 30∼35촌쯤 되는 먼 친척이며 박씨의 아버지 장례식에 가긴 했지만 그 아들과는 만나거나 교류한 적이 전혀 없다”고 한 말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이 제보자는 전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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