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절차 안거친 공기업 인원정리 부당"

  • 입력 2000년 8월 23일 19시 01분


공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원을 감축한 것은 부당하므로 해고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98년 이후 무더기로 행해진 공기업 구조조정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이재홍·李在洪부장판사)는 23일 “구조조정을 이유로 합리적인 절차없이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김모씨(48) 등 한국마사회 1,2급 직원 14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경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원감축 방법을 택한 것에 대한 객관적 합리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정리해고는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근로자들과 성실한 협의과정을 거치는 등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만 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무사안일 등 불명확한 정리해고기준을 적용해 대상자를 선정한 과정이 부당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비조합원인 1,2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진행하면서 이들을 대표할 자격이 없는 노동조합과 형식적인 합의만을 거쳤으므로 성실한 협의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을 삭감한 뒤 해고일로부터 불과 2개월도 지나지 않은 때에 결원발생을 이유로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는 마사회가 정리해고를 통해 인사 적체를 해소하려던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 등은 IMF 경제난으로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행해지던 98년 11월 해고된 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거부당하자 99년 3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냈고, 이마저 반려되자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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