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 크게 오를듯…국제유가 인상분 대폭 반영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08분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돌파하면서 하반기 물가불안의 최대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상반기에 유가 인상분의 20% 정도만을 유류가격에 반영하는데 그쳤기 때문에 하반기에 유가가 오를 경우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유류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13일 한국은행이 분석한 ‘원유가격 상승의 국내 물가파급효과’에 따르면 상반기중 유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률(1.5%)의 48%, 생산자 물가상승률(2.0%)의 113%를 각각 차지하면서 국내 물가 오름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제 원유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7.1%나 올랐는데도 휘발유 등 연료가격은 19.1% 밖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부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유가상승분을 시장제품에 크게 반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절반 가량이나 차지한 것.

한국은행 김영배(金榮培)물가통계팀장은 “정부가 하반기에는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연료가격을 올린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유가 강세가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또 원유가격 상승이 가정용 플라스틱 제품 등 최종소비제품의 가격에 파급되는 시차가 4개월인 점을 감안할 때 5월 이후 유가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9월 이후 최종 소비제품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은 전철환(全哲煥)총재는 9일 전경련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하반기중 물가 상승세가 상반기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돼 내년중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해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물가상승 속도에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전총재는 또 “하반가 물가안정 여부는 국제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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