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醫-政 타협실패…환자불안 가중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37분


의사들의 집단폐업 나흘째인 23일 의약분업에 관한 정부의 종합대책안을 의사협회가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병원 현장의 의사와 환자들은 어수선한 가운데 하루를 보냈으나 대부분의 대학병원 응급실은 계속 유지돼 일단 최악의 의료혼란은 피했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당초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전원 사표를 내고 이날 낮 12시 응급실을 떠난다는 입장이었으나 대부분 사퇴 후에도 평상복 차림에 자원봉사 형식으로 응급실을 지켰다.

의사협회도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들에게 응급실만은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어수선한 대학병원

서울대 의대 교수 211명은 이날 낮 12시 어린이병원 임상강의실에서 사퇴식을 갖고 전원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은 ‘교수직을 떠나며’라는 성명에서 “집단폐업 상황에서 정치적 논리와 미봉책으로 대응하는 정부를 바로잡기 위해 진료현장을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당초 교수들은 사퇴식 직후 응급실에서 초진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평상복에 자원봉사 형태로 응급실을 운영, 진료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았다.

연세대부속 신촌세브란스병원도 교수와 전임의 10명, 간호사 10여명이 가운을 입고 진료를 계속해 우려했던 응급실 마비상황은 없었다. 그러나 응급실 근무교수들과 학교 당국, 교수평의회간에 응급실 운영에 관한 의견이 엇갈려 내부 의견조율에 난항을 겪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여의도성모병원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들도 일제히 사표를 제출했지만 응급실을 정상 운영했으며 의사협회의 논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교수협의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숙의했다.

한양대의료원 교수들도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어떤 일이 있어도 병원문을 닫지 않겠다”는 병원측의 방침에 따라 일부 보직교수를 중심으로 응급실을 계속 운영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교수 106명은 교수총회에서 ‘응급실 철수’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정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응급환자 치료를 계속했다.

부산대병원 교수 87명은 이날 비상총회를 열고 일괄 사표 제출과 응급실 폐쇄를 결정, 신규 응급환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

병원측은 이에 따라 군당국에 요청, 국군부산병원으로부터 군의관 4명과 위생병 2명을 지원받기로 했다.

현재 각 병원에 남은 입원환자들은 뇌졸중 심장질환 말기암 등 중증환자가 상당수로 잠시만 관리하지 않아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환자들. 하지만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워온 전임의들마저 이날부터 일손을 놓아 의대교수들의 진료는 평소보다 3∼4배 이상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일부 입원환자들은 수술날짜조차 잡지 못해 비싼 입원비만 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때문에 입원환자와 가족들은 이날 하루종일 TV를 지켜보며 의사협회 등의 폐업철회 결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백혈병으로 서울 B대학병원에서 3개월여 투병중인 박모씨(28·여)의 어머니(55)는 “컴퓨터와 기기 작동에 서툴던 교수님들의 진료가 불안했는데 그나마 이젠 교수님들도 못 보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의사들의 집단폐업 나흘째인 23일 의약분업에 관한 정부의 수정안을 놓고 의사들간에 반응이 엇갈려 어수선했으나 대부분의 대학병원 응급실은 계속 유지돼 일단 최악의 의료혼란은 피했다.

▼불안한 입원환자들

현재 각 병원에 남은 입원환자는 뇌졸중 심장질환 말기암 등 중증환자가 상당수로 잠시만 관리하지 않아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환자들.

하지만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워온 전임의들마저 이날부터 일손을 놓아 의대교수들의 진료는 시간이 평소의 3∼4배 이상 걸리는 상황이다.

일부 입원환자들은 수술날짜조차 잡지 못해 비싼 입원비만 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때문에 입원환자와 가족들은 이날 하루종일 TV를 지켜보며 의사협회 등의 폐업철회 결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백혈병으로 서울 B대학병원에서 3개월여 동안 투병중인 박모씨(28·여)의 어머니(55)는 “컴퓨터와 기기 작동에 서툴던 교수님들의 진료가 불안했는데 그나마 이젠 교수님들도 못 보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고발 및 사건 사고

▽폐업 의사 고발 잇따라〓폐업 중인 의사들에 대한 행정기관과 시민단체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 광산시민연대(대표 조병현)는 23일 자치단체의 업무개시 명령에도 불구하고 폐업을 고수하고 있는 광산구 송정동 Y내과의원 최모씨 등 의사 71명을 광산경찰서에 고발했다.

시민연대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폐업을 강행 중인 의료인을 관련의료법에 따라 고발했다”고 밝혔다. 광산경찰서는 고발장 접수에 따라 곧 광산구 의사협의회장 임모씨 등 간부 10여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낼 계획이다.

이에 앞서 전남 장흥군도 군 의사회장 신모씨와 총무 김모씨 등 2명을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위반혐의로 광주지검 장흥지청에 고발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이미 해당 시군구 지역의 의사회 간부 등을 고발하도록 지시해 이들 행정기관의 고발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강제퇴원으로 목숨 잃었다”〓의료파업을 앞두고 병원을 나온 뒤 엿새 만인 22일 숨진 동맥혈전증 환자의 유족이 ‘병원측의 무책임한 퇴원 권유’를 문제삼고 나섰다.

숨진 강모씨(42·충북 제천시 두학동)의 부인 정모씨(43)에 따르면 7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남편을 입원시켰으나 17일 병원측이 “다음주부터 폐업으로 병원이 복잡해지고 의사도 없으니 귀가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해 한달분 약을 받아 집으로 데려왔다는 것.

정씨는 20일 오후 9시경 남편 강씨의 혈관이 터져 제천 J병원에 입원시킨 뒤 세브란스병원에 전화를 걸어 남편을 다시 데려가겠다고 했으나 안내 간호사가 “의사가 없어 데려와도 소용없다”고 말해 재입원을 포기했다는 것. 강씨는 이틀 뒤인 22일 오후 8시경 숨졌다. 정씨는 “입원 당시 병원측이 경과를 봐서 혈관을 뚫는 시술을 하자고 말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 퇴원을 권유한 것은 병원측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병원의 관계자는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위험한 환자의 퇴원을 권유하거나 응급환자의 수용을 거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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