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김정일 서명은 '주체필법'…45도방향 삐쳐올려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14일 밤 늦게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합의한 남북공동선언문에 나타난 김위원장의 사인이 눈길을 끈다.

김대통령은 한글체로 또박또박 ‘김대중’이라고 썼지만 김위원장은 오른쪽으로 45도 정도 삐쳐 올려 자신의 이름을 날려 쓴 것. 언뜻 보면 ‘김정일’이라는 이름 석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김위원장의 이같은 서명은 북한 내에서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독자적인 필체로 알려져 있다. 이 필체는 작고한 북한 김일성(金日成)주석이 이미 많이 애용한 이른바 ‘주체(主體)’필법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을 자주 다녀온 한 기업가는 “북한관리들이 김주석의 필체가 ‘적의 간담을 써늘케 하고 상대방을 위축시키는 위력적인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김주석 사망 후 권력을 승계한 김위원장도 이 필체를 따라 배운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필체에 대해 원광대 여태명(余泰明·서예과)교수는 “김위원장의 사인을 특정한 서체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이런 필체를 통해 자신있고 힘있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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