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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25일 2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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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8일 오전 일간지에 여야 386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망월동 묘지에 참배하는 모습의 사진이 나왔더군요.…당신들은 5월17일 오후 1시 ‘정말로 진지하게’ 망월동에 참배했습니다. …그 참배 뒤 당신들은 어디에서 5월18일을 맞이하셨습니까?…당신들은 17일 늦은 저녁부터 18일 새벽까지 광주 그랜드호텔 옆 ‘새천년 NHK’ 가라오케에서 술에 취한 채 흥청망청하고 있었습니다. 광주를 추모하기 위해 그곳에 간 당신들은 5월17일 저녁과 5월18일 새벽, 술집 여종업원 아가씨들을 하나씩 옆에 끼고 술을 마시며 술에 취한 채 흐느적거리고 있었습니다.…송영길당선자는 여자를 옆에 세우고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에 맞춰 ‘노동의 새벽’ 박노해씨는 술집 아가씨와 블루스를 췄고 김민석의원은 양쪽에 아가씨를 끼고 있었더군요. 그 안쪽에는 장성민당선자가 앉아 있었고요. 나머지 의원들도 모두 한사람씩 끼고 말입니다. 그 문 앞에는 술에 만취해 고래고래 악을 쓰며 욕을 해대던 우상호위원장이 있었지요. 너무 슬퍼서 말이 나오질 않습니다. 나의 분노가 정당한지 묻고 되물으며 몇 날을 보냈습니다.… 5월17일부터 19일까지 광주에서는 시끄러운 음악도 삼가고 있습니다.…김태홍당선자님, 이상수의원님, 정범구당선자님. 선배님들도 역시 선배로서 그 자리에 있었지요.…386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술집에서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신 것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그 날만은 정말로 그날만은 그럴 수 없습니다. 아니 이런 당신들은 가장 엄혹한 역사의 칼날로 단죄받아 마땅합니다.…당신들은 다음날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한다니 또다시 양심적인 정치인의 모습으로 변모해 벌건 눈으로 대통령을 맞더군요. 그리고 며칠 뒤 386 정치인이 광주항쟁 기념사이트를 개설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이제 위선에 대한 증오의 단계를 넘어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속이며 살아가야 하는 당신들의 모습에 가여운 연민의 정마저 느끼게 되더군요.… 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겨 주지 말고 386 정치인 여러분 ‘위선의 탈’을 벗어버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