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로비]최만석씨 자문 이광수변호사 인터뷰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고속철도 차량선정 의혹사건으로 수배된 최만석씨(59)는 99년 10월 검찰에 스스로 출두하기 전 이미 출국이 금지된 상태였으며 당시까지 자신의 로비스트 활동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99년 10월 최씨를 마지막으로 상담했던 전 청주지검 검사장 이광수(李光洙·57)변호사는 “최씨가 ‘아무 잘못이 없는데 대검이 출국을 금지했다’고 찾아왔었다”며 “그는 당시 ‘알스톰사와 정식 계약을 하고 로비스트 활동을 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변호사는 미국 영주권자인 최씨가 미국적 사고방식으로 자신의 로비활동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로비행위가 한국 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알고 급히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변호사는 최씨가 잠적하기 전 수사관계자 외에 그를 공식적으로 만난 마지막이자 유일한 공인(公人)인 셈. 다음은 이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최씨를 만나게 됐나.

“잘 아는 사람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데 알아봐 달라’고 소개해 최씨를 사무실에서 30여분간 만났다.”

-정확히 언제였나.

“정확한 기억은 없으나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 99년 10월인 것으로 알고 있다.”

-최씨가 무슨 자문을 구했나.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출국이 금지돼 영문을 모르겠다’고 했다. 잘 생각해 보라고 했더니 기억을 더듬다가 ‘테제베 로비한 것은 정식 계약을 하고 돈을 받은 것이어서 문제가 없는데….’라고 계속 혼자말을 했다.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다만 그는 자신의 행위가 죄가 안된다고 믿고 있었다. 결국 자진출두하지 않았나.”

-뭐라고 자문했나.

“죄가 없다면 자진 출두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 정식 수임도 하지 않았다.”

-당시 대검에 상황을 알아보았나.

“변호사로서 당연히 알아보았으나 대검에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이제와 생각하니 검찰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후 최씨를 만난 적이 없나.

“찾아오지도 않고 연락도 없어 잊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대검 검사가 ‘최씨가 사라졌는데 행방을 아느냐’고 물어와 도주 사실을 알았다. 그 뒤 최씨를 보지 못했다.”

-최씨에 대한 인상은….

“최근 언론에 공개된 얼굴 그대로였다. 체격이 건장하고 목소리도 굵었다. 아주 점잖은 사람이어서 ‘행세깨나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가 실제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고 보나.

“알 수 없다. 다만 그를 나에게 소개한 지인은 ‘권력’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평범한 사업가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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