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한 후보는 “돈을 안쓴다고 욕까지 먹었지만 기본 경비 5억원은 썼다”며 “조직을 가동해서 선거를 치르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선관위 신고비용에 맞춰서 쓰기란 꿈에 불과하다”고 실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거 직후 비용 신고 때마다 몸살을 앓기 일쑤. 신고할 금액을 정해놓고 거꾸로 날짜별 선거비용을 배정해 장부를 작성하는 등 온갖 편법이 난무한다.
게다가 누구도 “선관위 신고비용대로 썼다”고 자신하기 어려운 만큼 낙선자들의 당선자 뒷조사도 불꽃을 튀긴다. 서울 지역의 한 낙선의원은 휴일인 14일에도 국회 의원회관에 나와 자신의 지역구 당선자측 운동원으로부터 녹취한 내용을 분석하기도.
당선자들은 “증거를 갖고 있다”며 금품 또는 보좌관 자리 등을 요구하는 선거 브로커들을 피하기 위해 지구당을 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16대 총선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끝나는 10월까지 이런 웃지 못할 풍경은 계속될 듯하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