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인회 소비자賞 조작]"돈으로 賞탔다" 사실로

  • 입력 2000년 5월 10일 18시 46분


‘돈 놓고 상 먹기’.

한국부인회의 소비자만족상 선정 과정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는 그동안 일부 여성단체의 소비자보호 활동을 둘러싸고 무성했던 기업과의 유착 소문이 사실임을 입증해주고 있다.

‘소비자의 평가에 근거해 공정하게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주최측의 설명과 달리 광고 효과를 노리는 기업과 이를 미끼로 한 소비자단체 간의 금품 거래에 의해 수상 여부가 결정되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한국부인회 등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최대한 많은 기업을 행사에 끌어들인 뒤 시상 대가로 기업 임직원들에게 ‘광고 협찬’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요구했다. 특히 한국부인회의 관계자들은 기업들 간의 경쟁 관계를 악용, “광고 협찬을 하지 않으면 다른 업체에 상을 주겠다”며 은근한 회유와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같은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응한 기업도 많았지만 광고와 판촉 효과를 노려 적극적으로 ‘결탁’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이는 수상을 통해 회사내에서 실력과 공적을 인정받으려는 기업 임원진들의 요구와도 맞아떨어져 대부분 임직원들은 수천만∼수억원의 금품을 스스럼없이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부인회 등은 대상 기업이 금품 요구를 무시할 경우 결과 조작을 통해 순위를 뒤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전승희씨(전 한국부인회 총본부 소식지 편집국장)의 경우 97년12월 전국의 소비자 35만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K제화가 1등을 했는데도 K사로부터 광고비 협찬을 거절당하자 3등을 한 E사로부터 돈을 받고 이 회사 제품을 1등으로 조작 발표하기도 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35개 제품 중 2등 또는 3등을 한 11개 제품이 1등으로 둔갑했다는 것.

특히 조사 기관인 한국마케팅연구원 등은 용역을 준 소비자단체와 기업의 요구에 따라 일정액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뒤 조사 결과를 조작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일부 소비자단체 간부 등은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고 본래의 사명인 ‘기업 감시’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기도 했다.

실제로 97년3월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유진희씨(42·여·구속)는 한국암웨이 제품 불매 운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한국암웨이측으로부터 1억여원을 받은 뒤 직책을 그만둬 불매 운동이 흐지부지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한국부인회 간부들이 국고 보조금을 받아 유용하는 등 시민단체의 도덕성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사례가 이번 조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전씨는 소비자만족대상을 준다는 대가로 받은 11억7100만원을 아파트 구입, 개인 사무실 운영 등에 사용하고 일부는 예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계좌추적 결과 전씨가 유용한 돈이 한국부인회로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소비자를 배신하고 타락한 시민단체 간부와 물불을 가리지 않는 기업의 판촉 활동이 만들어낸 악습”이라며 “그 여파로 애꿎은 일반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되는 만큼 재정경제부 등 당국이 이들의 행사를 관리 감독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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