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지역의보 '勞-勞대립']의보통합 양보없는 '파업대결'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41분


7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의료보험 통합이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직장의보와 지역의보 노조가 각각 조직 및 재정의 ‘완전 분리’와 ‘완전 통합’을 주장하며 ‘파업 대결’로 치닫고 있어 현재로서는 의보통합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상대조직 불신 뿌리깊어▼

최대 쟁점은 조직 통합의 시기 또는 방식이다. 파업에 먼저 돌입한 직장의보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지역의보와의 조직 통합을 2001년 말까지 연기하고 별도 지사를 운영하자는 것. 동일한 잣대에 의해 근로자 집단과 도시자영자 집단에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을 때까지 재정은 물론 조직 통합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이 논리를 노사정위원회 경제사회소위에 상정, 일단 소위 의견으로 관철시켰다.

하지만 별도 지사를 운영하자는 직장의보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공식 입장이다. 복지부는 대신 한 지사 안에서 양측의 조직을 별도 운영할 수도 있다는 절충안을 양쪽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지역의보 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지역의보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직장의보 노조의 힘에 밀려 이사장만 한명 둘 뿐 조직을 이원화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의보통합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다툼의 이면에는 상대 조직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도 작용하고 있다. 직장의보 노조는 “98년 지역의보와 공무원 교직원 의보의 통합 이후 조합원이 훨씬 많은 지역의보측이 공교의보 노조원들을 ‘왕따’시킨 사례가 많다”며 “무리하게 조직을 통합할 경우 비슷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승진 전보 등 인사상의 불이익도 걱정되는 대목.

지역의보 노조는 이에 대해 “몇몇 지사에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를 전체 문제로 몰고가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직장조합은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서울의 경우 지역과 직장 출신의 비율은 1200명대 1600명으로 직장의보 직원이 오히려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는 양쪽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대안을 찾지 못해 고심중이다.

▼노총-민노총 대리전 조짐▼

더욱이 직장의보의 진료비 예탁 거부와 관련, 조합 대표이사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던졌지만 사태를 봉합하는 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양 노조의 대립은 상급단체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이들 노조의 대립은 국민의 서비스 불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18일 당정협의를 통해 원만한 타협안이 나올 경우 18일로 예정된 지역의보의 파업은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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