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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4월 16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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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개월간 9명, 이미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살인까지 합치면 총 10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두영씨(31)가 털어놓은 연쇄 강도살인 행각의 동기다.
정씨는 68년 부산에서 3남 1녀중 막내로 태어났지만 2세 때 아버지가 숨지고 어머니가 재혼하자 삼촌집에 맡겨졌다. 이후 5세 때부터 형제들과 함께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15세 때인 83년 11월부터 특수절도죄 등으로 소년원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17세 때인 86년 5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 침입해 도둑질을 하다 교무주임에게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이어 같은해 6월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중 방범대원 김모씨(43)가 불심검문을 하자 골목길로 유인해 살해, 12년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정씨는 수감생활 동안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했지만 98년 6월 출소한지 4개월만에 특수절도죄로 다시 교도소로 갔다. 올 3월 출소한 뒤에도 불과 2개월만인 5월 가정집을 털다 잡혔다. 그러나 이번엔 불구속처리돼 풀려나자 한달도 채 안돼 부산의 고검장 관사 옆 저택에 침입, 부녀자를 살해했다. 이 때부터 10개월간 정씨가 저지른 범죄행각은 ‘불우한 환경과 사회적 소외감이 범죄를 불러왔다’는 식의 해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잔혹성을 보여준다.
정씨는 불심검문에 대비해 빈손으로 다니다 낮시간에 부유층 집에 들어가 부녀자든 노인이든 가리지 않고 살해했다. 부녀자를 안방으로 끌고 들어가 야구방망이로 마구 때려 죽이는 등 살해 수법도 잔혹했다. “왜 그렇게 잔혹하게 죽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씨는 “다급해서 그랬는데 어쩌면 내 안에 악마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올 3월의 부산 서대신동 가정집 살인현장에서는 금고를 열기 위해 이웃집에 다 들릴 정도로 무려 2시간동안 아령으로 금고를 때리는 대담성을 보였다. 사건현장에 크기가 다른 두 개의 발자국을 남겨놓는 교활함도 보였다.
정씨는 그러나 올 2월부터 동거에 들어간 동거녀의 부모가 “정씨는 술담배도 안하고 말 수가 적으며 점잖고 매너있어 성실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살인마의 흉악성을 감추고 살았다.
동아대의대 정신과 최병무(崔炳武)교수는 “어릴 때부터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사회적으로 심한 소외감을 느낀데다 범행을 거듭할수록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급속히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