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시민-사회단체 반응

  • 입력 2000년 4월 10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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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에서 평화로, 다시 통일로….’

분단 반세기만의 남북정상회담 합의사실이 알려진 10일 국민은 기대와 설렘 속에 이 회담이 남북 교류를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했다.

10일 오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재래시장. 상인들과 장보러 나온 주민 대부분이 일손을 놓고 TV의 발표와 회견을 지켜보며 “이번만은 툭 터놓고 대화해 평화와 통일의 초석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반찬가게를 하는 이명학(李明學·38)씨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북한에 가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도 서울에 오는거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다른 상인 김은혜(金恩惠·44·여)씨도 “일단 환영한다”며 “그러나 정치인과 기업인뿐만 아니라 서민에게도 이익이 되는 회담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뭄의 단비보다 기쁜 일"▼

대부분의 시민이 환영에는 한뜻이었다. 대전상의 김주일(金周一·58)회장은 “경기회복기의 남북정상회담 발표는 가뭄의 단비보다 기쁜 것”이라며 “이 회담을 계기로 국가경제와 기업경제가 회복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일절 특사로 풀려난 비전향 장기수 박동기(朴東起·68)씨도 “늦은 감이 있지만 남북화해와 협력의 길로 가는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탈북자 전철우씨(34)는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고향냉면’의 전국 30여개 체인점에 ‘남북정상회담 발표 축하’ 플래카드를 내걸고 10일부터 사흘간 50% 할인판매하고 정상회담 당일엔 모든 음식을 무료 제공키로 했다.

상당수의 시민단체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경실련 통일협회는 환영성명을 통해 “남북정상은 분단 반세기의 반목과 대결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화해 협력을 위한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전문가들은 정상회담 합의와 관련, 신중한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白鶴淳·46)박사는 “북-미, 북-일 등 대외관계개선이 절실한 북한이 남한에 손을 내민 형국”이라며 “남북대단결의 원칙은 지키되 북측의 무리한 요구에 얽매이지 말고 주변국과 공조해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문제 선거뒤 논의를"▼

이번 발표가 ‘총선용’이어서는 안된다는 비판론도 높았다. 총선연대와 정치개혁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지만 선거를 사흘 앞두고 발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당장은 부패정치 추방이 중요하며 통일문제는 선거 뒤에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김동규(金東圭·61)학과장도 “남북대표가 직접 만난다는 점에 의미가 크지만 선거기간에 이를 발표해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날 박소연(朴素演·23·여·서울대 경제학부 4년)씨 등 상당수의 대학생들도 “총선을 의식한 발표가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김상훈 이헌진 최호원 김명남 지방자치부 종합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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