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 견인 외제車는 無風…"손상땐 골치" 손대기 꺼려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올해 1월 개장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탄천견인보관소. 최대 196대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서 외제 승용차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다. 반면 ‘똑같이 주차 위반했는데 왜 외제차는 그냥 두고 내 차만 끌고 왔느냐’고 언성을 높이는 민원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9일 현재 강남구에 등록된 승용차는 총 15만3625대. 이중 외제승용차는 4167대로 전체의 2.7%다. 그러나 2월 한 달간 탄천견인보관소로 견인된 외제승용차는 전체 2518대의 0.7% 선인 20대뿐.

이처럼 외제차의 견인율이 낮은 것은 견인 자체가 어렵게 되어 있기 때문. 견인업체에 따르면 차를 끌고 오려면 먼저 보조제동장치를 풀기 위해 문을 따야 하는데 외제차의 문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3배이상 소요되는데다 자칫 손상이 가면 고액을 변상해야 하기 때문에 눈앞에 위반 차량을 보고도 어쩔 수 없다는 것.

80년대 이후 생산된 독일제 벤츠와 BMW 승용차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들 차량은 차대에 견인용 구멍조차 없어 차를 통째로 들고 가지 않는 한 견인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강남지역의 외제차들은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어디에 차를 세우든 견인당할 걱정은 안한다는 것.

견인업체들이 이를 개선하려면 견인용 차량을 바꿔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개를 가로젓는다. 차량을 통째로 싣고 가는 차량은 현재의 견인차보다 10배나 더 비싸다는 것.

교통문화운동본부의 박용훈대표는 “견인이 어려운 외제차나 대형화물차의 경우 불법 주차시간이 일정 시간을 초과하면 범칙금을 중복 발부해야 한다”며 “외제차가 병목 구간에서 고장날 때를 대비해서라도 최소한 기초자치단체에 한 대꼴로 탑재형 견인차량을 들여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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