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試 '4진아웃제' 헌법소원 태세…인터넷 서명-고시촌 술렁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서울의 명문 법과대 출신 O씨(33)는 2월 2000년도 42회 사법시험 1차 시험을 치른 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며 ‘떨어지면 끝장’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정부는 97년 ‘고시 낭인(浪人)’이 많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시 1차를 4회 보면 4년간 응시할 수 없도록 이른바 ‘4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97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1차 시험에 응시한 O씨는 이번에도 탈락하면 앞으로 4년간 시험 볼 자격이 아예 박탈된다. O씨는 “지금 다른 직업을 구하려 해도 나이 제한에 걸리고 법조인의 꿈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탈락하면 헌법소원을 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사시 정보 인터넷 사이트인 ‘사시로(www.sasi-law.co.kr)’는 최근 O씨처럼 ‘4진아웃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대상자를 모집하는 한편 인터넷 서명도 받고 있다.

이 사이트 운영자 이현종(李絃宗·27)씨는 “‘4진아웃제’는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등을 크게 침해하고 있다”며 “공개 토론을 거친 뒤 조만간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도 이 문제로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12일 신림동의 한 고시학원에서는 ‘4진아웃제’에 대한 헌법소원 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려 변호사 선임료 마련 방안 등을 토의했다.

고려대 법학과 김선택(金善擇·헌법학)교수는 “사시 응시생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거나 법률가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며 “‘4진아웃제’는 어느 조건에도 맞지 않아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화(李在華·37)변호사도 “‘4진아웃제’는 2만∼3만명에서 ‘변호사 자격자’ 수백명을 뽑는 현행 방식에서는 어느 누구도 수긍할 수 없는 졸속입법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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