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운동 불길 사그라지나…지역감정에 묻혀 시들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최근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이 실제 선거전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낙천 낙선운동의 파장이 강하게 미칠 것으로 예상됐던 수도권. 낙천 명단에 포함된 의원 중 손세일(孫世一·민주당·서울 은평갑) 이강희(李康熙·민주당·인천 남을)의원 등은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우세를 보인다. 반면 김중위(金重緯·한나라당·서울 강동을) 이성호(李聖浩·민주당·경기 남양주)의원 등의 여론조사 ‘성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아직까지 낙천운동이 본격화되지 않아 큰 효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총선연대측은 당초 낙천 대상자가 공천을 받으면 즉각 낙선운동에 들어간다는 당초 방침을 수정해 28일 법정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낙선운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선거 현장에서 뛰고 있는 각 후보측의 얘기도 다르지 않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총선시민연대 등의 낙천운동이 크게 쟁점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

경기 남양주의 경우 구리-남양주시민연대가 한차례 모임을 가졌지만 특정후보 낙선운동은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태. 인천에선 이강희의원 외에 조진형(趙鎭衡·한나라당·부평갑)의원도 공천을 받았지만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게 경쟁후보들의 설명.

서울 은평갑에서 손세일의원과 경쟁하고 있는 한나라당 강인섭(姜仁燮)위원장측도 “공천부적격자 명단이 선거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지역 차원에서 낙천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서울 강동을의 경우 김중위의원에 대해 이 지역의 송파-강동 총선연대가 사무실을 내고 아파트 단지 입구 등에서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의원측은 “시민단체 출신인 상대후보와 공조하는 느낌”이라며 신경을 쓴다.

강원 원주의 함종한(咸鍾漢·한나라당)의원도 “지역 시민단체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해 낙천서명운동을 하고 있다”며 “시민단체가 자신들과 가까운 사이인 경쟁후보의 선거운동을 대신해주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시민단체의 계획대로 공식선거운동 개시와 함께 낙선운동이 본격화되면 그 자체가 지역민들에게는 찬반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충청과 영호남 등지에서도 시민단체가 차량시위 등의 방법으로 낙천운동을 하고 있지만 이들 지역은 ‘지역감정 논란’에 낙천운동이 묻혀지는 느낌이 없지 않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얘기다.

<윤승모·박제균기자>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