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배 고려大총장 졸업식사]'열린사회' 이루자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3분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미증유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혼란 속에서도 여러분들은 굳은 의지와 결심으로 학문적 연찬의 과정을 거쳐 이제 한 성숙한 지성으로 또 다른 출발의 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우리 모두 주지하다시피 한국사회는 지금 그 어느 시대보다도 불확실한 변화의 와중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세계사회의 국가들이 자기혁신의 명제 앞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학문과 지식의 성격이 변화되고, 직업과 삶의 조건들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 한국 사회 역시 구조화된 비효율성을 지양, 극복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정의와 인간적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중첩된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비록 여러분이 정든 고려대학교를 떠나더라도 여러분은 지속적인 자기 발전의 과제에 봉착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오히려 그같은 과제가 부여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될 것입니다. 미래의 삶 속에서도 부단히 자신의 지적인 능력을 제고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체적이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 자체가 항상 바람직한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며 종종 변화 자체를 위한 변화를 구호로 내세운 결과 삶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사회적 연대의 정신이 침식당하는 상황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세계화나 정보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변화의 필요성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그 자체가 바로 삶의 목적이나 가치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님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미래의 실현은 기술이나 정보화, 효율성의 원리를 넘어서는 이념과 규범이 존중, 보장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변화를 선도하는 기술과 정보, 지식 못지않게 삶의 지혜와 다른 인격체에 대한 겸허한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자기정체성의 계발에는 고도의 상상력과 도덕성이 요청되는 것입니다. 책임있는 민족의 지성이자 실천하는 지성으로 성장한 여러분은 그 누구보다 이러한 시대적 명제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한국사회에서 인간적인 가치가 존중되고 성숙한 시민들의 연대가 뿌리내릴 수 있는지의 여부도 여러분의 적극적인 역할에 달려 있습니다. 성숙한 사회란 결코 개인들간의 무한 경쟁만으로는 달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인 가치가 존중되는 성숙한 사회와 국가는 경쟁의 원리를 넘어서는 연대와 협동, 신뢰의 정신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모두 알다시피 신뢰란 가치를 확보하기는 어려우나 무너뜨리기는 용이합니다. 또 신뢰라는 가치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정량화된 기준이나 효율성으로는 측량할 길이 없습니다만 가장 소중한 개인적 사회적 자산임을 여러분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 뜻깊은 자리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우리 고려대학교가 추구해온 열린 지성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지성은 세계와 삶에 대한 해석이 다양할 수 있으며 세계에 대한 해석과 이해의 차이가 대화에 의해 극복되거나 관용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이점에서 열린 지성은 겸손한 지성이며 겸손한 지성만이 비로소 지혜로울 수 있습니다. 2005년 개교100주년을 맞는 여러분의 모교 고려대학교는 법인, 학교, 교우회가 일치 단결하여 훌륭한 식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식기반 사회를 맞아 고려대학교는 금년부터 정보화기반 구축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정보화 국제화를 선도하여 세계 일류대학으로 힘차게 도약하는 큰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본인은 고대가족을 대표하여 여러분의 장래에 축복이 같이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여러분은 이제 새로운 세계 속에서 여러분의 정신적 고향인 고려대학교를 잊지 말고 항상 건강과 활기가 넘치는 인생의 장을 열어가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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