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탈주극 의문점]흉기 어떻게 반입했나?

  • 입력 2000년 2월 25일 00시 11분


광주지법에서 24일 발생한 강도사건 피고인들의 집단 탈주사건은 피고인 호송에 관한 기본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탈주범 가운데 한명이 몸에 숨기고 있던 흉기로 교도관을 찔렀다는 목격자들의 진술로 미루어 볼 때 교도소 행정과 교도관들의 근무태도에 문제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고인 호송규정에 따르면 당일 재판이 예정된 피고인은 교도소내 출정대기실에서 신체검사를 받도록 돼 있다. 이 때 피고인은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하고 교도관은 손으로 피고인이 흉기 등 규정에 맞지 않는 물품을 지니고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다.

이같은 과정을 정상적으로 거쳤다면 탈주범들이 흉기를 갖고 법정까지 가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날 교도소측이 정해진 절차를 생략했거나 지극히 형식적으로 신체검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탈주범들은 법정에 도착할 때까지는 포승에 묶이고 수갑이 채워져 있었지만 재판 시작 직전 교도관이 피고인들의 포승과 수갑을 풀어주는 순간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났다. 한명의 교도관이 모든 피고인들의 수갑을 푸는 과정에서 생긴 경비의 허점을 이들은 노렸다.

범인들이 달아난 뒤 신속하게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도관들은 당초 사건 발생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한 방청객이 119에 전화를 건 오후 3시50분 이전에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119지령실이 간단한 사건정황을 광주동부서 상황실에 통보한 시간은 이로부터 다시 10여분이 지난 오후 3시57분.

이어 전남경찰청이 112지령실을 통해 광주 전남지역에 수사긴급배치 갑호비상령을 발동, 검문검색을 지시한 것은 오후 4시13분. 따라서 범인들은 범행 후 30여분간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한편 98년부터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법정에서는 피고인들의 수갑을 풀어주도록 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검사가 달아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피고인에 대해서는 공판 중에도 수갑을 채울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입정에서 탈주까지▼

법정에서 교도관을 찌르고 달아난 피고인들의 범행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듯 눈깜짝할 사이에 이뤄졌다.

정필호씨(36) 등 피고인 3명은 24일 오후 1시경 재판을 받기 위해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인 채 다른 재소자 30여명과 함께 호송버스를 타고 광주교도소를 출발했다.

교도소를 출발한지 25분만에 광주지법에 도착한 이들은 법원 건물 지하통로를 통해 2층에 있는 201호 형사대법정 피고인 대기실에 들어갔다.

2시간 가까이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정씨 등은 오후 3시45분경 형사3부 장병우 재판장의 호명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교도관들이 정씨 등의 포승과 수갑을 풀어주는 순간 정씨가 교도관 이동재교위를 밀쳤다.

정씨는 곧 바로 법정 안으로 뛰어 들었으며 교도관 이씨가 뒤쫓아가자 흉기로 이씨의 목을 찌르고 그대로 법정 밖으로 달아났다. 이미 수갑이 풀려 있던 노수관(37) 장현범피고인(31)도 대기실 출구를 가로막는 교도관을 밀치고 정씨의 뒤를 따라 도망쳤다.

사건 당시 법정에는 판사 3명 담당검사 법원직원 7, 8명 교도관 2, 3명과 방청객 50여명이 있었지만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한 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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