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억원 고엽제 소송 임시배상 이뤄질까… 가처분 신청 長考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2분


고엽제 소송자 1만7200여명에게 3800억원대 임시배상 명령이 내려지게 될까.

법원은 지난해 6월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임시배상금 3857억원의 지급 가처분신청을 받고 지난해 11월 4차례의 심리를 마쳤다. 담당 재판부인 민사합의 50부(재판장 박재윤·朴在允 부장판사)는 심리종결 후 4개월째 장고(長考)중이다.

임시배상명령은 민사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자들에게 소송금액의 일부를 본 재판의 판결에 앞서 지급하도록 하는 법원의 결정.

재판부의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세가지다.

고엽제 제조회사인 미국계 다우 케미컬, 몬산토 및 국내 피해자측이 제출한 자료만 3000여쪽에 이른다. 임시 배상 요구액이 너무 큰 것도 결정을 늦추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5조2000억원대 본안 소송이 첫 심리만 열린 후 연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상명령 결정이 내려지느냐 여부는 재판 결과를 짐작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소송 당사자들이 이번 결정을 최종 판결처럼 여기고 있는 점도 재판부에는 부담 요인이다.

소송대리인인 백영엽(白永燁)변호사는 가처분 신청액의 일부라도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20년 이상 원인도 모른채 질병에 시달려왔고 94년이후에도 월 30만원 정도의 정부보상금으로 생활해 왔다는 점에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재판을 계속 기다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백변호사는 85년 미국 법원이 내린 강제조정에서도 제조회사들이 베트남전에 참가한 미국 호주 뉴질랜드 군인에게 1억8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지불했다는 점도 들고 나왔다. 당시 다우 케미컬 등은 “화해각서에 회사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조항을 넣자면서도 거액을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우 케미컬 측 황주명(黃周明)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요구한 대로 제품을 만들었고, 민사상 책임소멸시효도 지났다”며 맞서고 있다.

피해자들도 섣부른 낙관론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법원이 지난해 5월 고엽제 생산 미국회사의 국내특허 330건을 가압류하고 10월에는 소송 인지대 180억원 납부를 미뤄주기는 했지만 판결과는 전혀 무관한 조치로 보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