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편경시 풍조]외모만 신경쓰는 남자는 '풍경화'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17분


폐쇄사회인 북한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국가정보원이 탈북 귀순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인터넷 홈페이지(www.nis.go.kr)에 올려놓은 ‘탈북자들의 북한 이야기’를 보면 북한에선 요즘 돈벌이하는 여성들이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남편을 경시하는 풍조가 늘고 있다.

자신이 돈을 벌어 가정을 꾸려가는 여성들이 “돈만 있으면 남자들은 한 꾸러미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남편을 비하하는 호칭을 자주 쓴다고.

예를 들어 장사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우리 멍멍이 집에서 뭐 했나. 얼마줄까”라고 놀리는 경우가 많은데 ‘멍멍이’는 물긷기, 돼지 기르기, 나무패기 등 집안 일을 도맡아 하는 남편을 지칭한다. 비슷한 뜻으로 ‘자물쇠’란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남편비하 호칭으로 ‘풍경화’는 집안 일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외모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노는 건달족을, ‘옷걸이’는 가사를 돕지 않는 건 물론이고 부인이 밖에서 일을 하는 동안 친구를 집으로 불러 방탕하게 노는 사람을 가리킨다.

또 북한에선 ‘결혼등록(혼인신고)’을 하지 않고 동거하는 부부가 늘어 전체의 30% 정도나 되는데 이는 결혼등록을 안 해도 생활에 별 불편이 없는데다 과거와는 달리 남녀 관계가 문란해져 잠깐 살다가 마음에 안 맞으면 쉽게 헤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북한 가정이 정상적인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붕괴되는 현상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나라꼴이 정말 엉망으로 되어 간다. 하부단위부터 이렇게 무너지니 걱정스럽다”며 개탄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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