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국수전 표정]루이9단 호랑이기름 발라 눈길

  • 입력 2000년 1월 31일 20시 22분


○…조훈현9단은 대국 시작 7시간여만인 오후 5시반경 패배를 실감한 듯 바둑돌을 두려다 마는 제스처를 취하며 더 이상 대국 의사가 없음을 표시. 중반까지 조9단의 우세를 점쳤던 검토실에서는 조9단이 막판에 몰려 결국 대국을 중단하자 일순 술렁거렸고 검토실에서 초조하게 대국 상황을 지켜보던 루이나이웨이9단의 남편 장주주9단이 가장 먼저 대국실에 입장하는 것으로 감격을 표출. 프로 기사들은 대국을 중단할 경우 따낸 돌을 다시 상대방에게 전해주거나 침묵을 깨고 “잘못됐다”는 말을 하는 등으로 패배를 표시한다는 것이 바둑관계자들의 설명.

○…이날 오후 들어 동아일보에는 대국결과를 묻는 문의 전화가 쇄도. 독자들은 여성인 루이9단이 승리했다는 소식에 “정말이냐”고 되묻는 등 놀라움을 표시. 바둑팬들은 “루이9단의 실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놀랍다. 3국이 기대된다”며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모습.

○…이날 대국자들은 제한시간 4시간씩의 장시간 대국에 대비, 정신이 흐려지지 않게 하는 다양한 ‘소도구’를 가지고 입장해 눈길. 루이나이웨이 9단은 중국기사들 사이에 “정신을 맑게 해준다”고 알려진 ‘호랑이기름’과 플라스틱 ‘지압기’를 지니고 대국장에 들어섰다. 루이 9단은 대국이 시작되자 ‘호랑이기름’을 양쪽 관자놀이에 번갈아가며 바르는 모습. 루이 9단은 또 작은 돌기가 가득한 플라스틱 지압기도 준비. 조훈현 9단도 대국이 시작되자마자 품속에서 동그란 황금색 지압기 2개를 꺼내 손바닥에 넣고 굴리기 시작하는 등 여유를 갖기 위해 애쓰는 모습.

○…이날 특별대국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4층 인촌라운지에는 정동식한국기원사무총장(프로 5단)을 비롯해 윤기현 서능욱 장수영 9단, 정대상 8단, 나종훈 차민수 4단 등 프로 기사들이 몰려 마치 한국기원을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 한편 동아일보 오명사장은 대국직전 대국실에 들러 두 기사를 격려하는 등 깊은 관심을 표시.

<김갑식·이원홍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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