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정치' 산실 삼청각 철거-보존 논란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한국 정치사의 중요한 막후무대였고 3공화국 시절 요정정치의 산실이던 삼청각의 철거후 재개발과 보존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건설업체인 화엄건설은 최근 구 삼청각인 한정식집 ‘예향’의 부지(서울 성북구 성북동 330의115) 3000여평을 300억원에 매입하고 단독주택 19개동을 짓겠다며 서울 성북구청에 토지형질변경행위 허가신청을 냈다.

화엄건설은 시공업체로 삼성중공업을 지정하고 2월말 착공, 내년 4월까지 ‘삼성 세르빌 타운하우스’를 지을 계획. “담이 없고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는 한국의 베벌리 힐스를 목표로 단독주택 타운을 짓겠다”는 것이 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계획에 부정적이다. 강홍빈(康泓彬)서울시 부시장은 “삼청각은 72년 문을 연 뒤 남북회담 등 중요한 정치행사가 열렸고 현대사에서 갖는 가치가 상당하기 때문에 넓은 의미의 문화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청각내의 한옥 4채는 이제 서울시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일 뿐만 아니라 전통가옥을 다시 지으려면 수백억원이 든다”며 “사유재산권 침해문제는 있지만 삼청각이 있는 성북동에서부터 가회동 팔판동으로 이어지는 지역을 문화벨트로 지정, 관광명소로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각 시민단체도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삼청각은 북한산의 산마루에 자리해 서울의 옛 도성이 내려다 보이고 자연녹지와 전통 한옥이 어우러진 좋은 자연경관을 갖고 있으며 수령 80년이 넘는 소나무가 수백그루 있어 영빈관이나 박물관, 전시관 등 문화공간으로 이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화엄건설측은 서울시가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정에서 보존여부가 판가름나게 될 것 같다.

<이병기·서정보기자> 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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