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지주와 협의없이 한전 송전선설치 위법"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개인소유 땅 위에 주인과 사전협의 없이 송전선을 설치한 한국전력이 땅주인이 낸 소송에서 져 송전선 50m를 철거하게 됐다.

서울지법 민사합의 15부(재판장 김선중·金善中 부장판사)는 경기 광주군에 임야를 소유한 한모씨가 한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전측은 송전선을 철거하는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인근지역 전력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진다고 주장하지만 공기업이 일방적으로 송전선을 설치한 것은 잘못된 것이므로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공익성이 강한 사업이라도 개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성실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공익성은 보호될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향후 공공사업의 추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한씨 소유의 땅 지상 30m에 송전선을 설치한 것은 97년12월. 당시 한전측은 한씨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으며 한씨가 철거를 요구하자 ‘보상비 997만원을 받아가라’고 일방적인 통보만 했을 뿐이다.

한씨는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선 뒤 전원주택을 세우려고 개인도로 공사까지 마친 상황에서 보상비를 받고 양보할 수 없다”며 “송전선 50m를 잘라내야 한다”고 버텼다. 집을 지으려던 곳 바로 위로 15만4000V의 고압선이 설치돼 발파작업은 물론 중장비작업도 불가능해 재산상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한전측은 “한씨의 주장은 공익성을 무시한 채 막대한 비용이 드는 철거를 요구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사전협의를 거쳤다면 적어도 주택건설을 위해 최적 장소 위를 송전선이 지나는 것 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한씨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한전측은 “전력수급이라는 공익성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보상금지급이나 토지수용방식이 아닌 송전선 철거라는 방식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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