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 정치인 퇴출" 분노 봇물…시민단체등 잇단 항의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여야의 ‘선거법 개악(改惡)’에 대한 항의와 비난 여론이 전국적으로 비등한 가운데 시민단체에 이어 교수단체와 법조계, 일반 시민들까지 선거법의 전면적 개정을 요구하며 낙선운동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단체의 선거운동 금지를 규정한 선거법 87조의 폐지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 앞으로 시민단체들의 선거법 재개정 촉구와 ‘선거법개정협상 주역들에 대한 퇴출’ 요구 등 낙선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전국 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총선시민연대의 최열(崔冽·환경연합 사무총장)공동대표 등 회원 40여명은 17일 오후 국민회의 자민련 한나라당의 당사를 각각 방문해 이번 선거법 개정 내용에 대해 엄중 항의하고 선거법 87조의 폐지와 재협상 등을 요구한 뒤 각 당사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총선시민연대는 이에 앞서 성명을 내고 “15일 여야간에 합의한 선거법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당리당략과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한 야합의 산물”이라며 “앞으로 개악안을 대폭 수정하지 않을 경우 시민불복종 차원의 낙천 낙선운동을 통해 구시대 정치인의 인적 청산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4개 교수단체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법 87조는 국민참정권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위헌적 법률”이라며 “앞으로 △전국 교수 서명운동 △정책자문교수단 구성 △87조 개정 국민청원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독자행보를 택한 경실련은 이날 오후 선거법 재개정을 위한 가두시위 및 서명운동 등 대응계획을 마련하고 정치권이 개악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불사키로 했다.

대한변협도 이날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국회는 선거법 87조를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여야 담합의 결과물인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거부 투쟁을 벌이기로 했으며 민주노총도 18일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어 반개혁 후보의 낙선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부산 대전 광주 울산 청주 대구 등 9개 지역의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국민통합 지역연대’는 17일 ‘총선 공동 실천 추진 내용’을 통해 각 당 공천신청자의 재산 납세 병역 전과기록 등의 공개를 촉구하면서 총선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후보자에 대해서는 직무정지 가처분신청과 당선무효소송을 내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낙선운동의 파장과 관련해 서강대 손호철(孫浩哲·정치학)교수는 “당초 정치인들의 사활이 걸린 선거법 개정을 정치인들에게 맡긴 것이 잘못”이라며 “앞으로는 전국적인 여론을 수렴한 뒤 명망 있는 인사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선거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백인탄(白寅灘·30)씨는 “전국민이 나서 이번 선거법 협상에 참여한 정치인들을 정치권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선대인 이완배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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