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실질심사 표정]초조한 박주선씨 길고긴 답변

  • 입력 1999년 12월 22일 22시 43분


22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은 불안한 듯 줄담배를 피웠다. 특수수사통 검사로 수많은 범죄인을 법정에 세운 그가 이제 피의자석에 서야하는 순간.

▼연신 줄담배 피워▼

오후 3시10분 서울지법 421호 법정. 박선주(朴善柱)변호사 등 박씨측 변호인 13명과 주임검사인 박만(朴滿)감찰1과장이 마주 앉았다.

법원관계자는 “정식 재판도 아닌데 매머드급 변호인단이 참여한 것을 보면 거물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총 222문항, A4용지 42쪽에 달하는 심문사항을 차례로 물어나갔다.

박씨는 할말이 많았다. 변호인이 30초 정도 물으면 박씨는 5분이상 답변했다. 예정된 질문까지 미리 대답해 변호인은 심문사항을 서너개씩 건너뛰기도 했다.

박씨는 “‘최초보고서’는 본 적도 없다. 따라서 유출 혐의는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사직동팀장 최광식(崔光植·총경)경찰청 조사과장의 말만 믿었던 것이 통탄스러울 뿐이다”고 탄식했다.

변호인단은 “사직동팀이 ‘최초보고서’를 유출하고 내사기록도 은닉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책임을 박씨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2시간 가량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검찰은 아무 말이 없었다.‘수사보고서’를 판사에게 제출한 것이 전부였다.

박씨측 변호인은 검찰의 ‘침묵’에 대해 “선배 검사에 대한 예우 차원 아니겠느냐”고 짐작했다.

▼검찰 '침묵'으로 일관▼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검사는 기록으로 말한다.수사팀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무비서관은 사직동팀의 ‘사령관’이다. 사직동팀은 박씨가 지나가면 경례를 할 정도다.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려고 그런 사실조차 부인하는 박씨가 안쓰럽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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