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裵씨문건 의문]장부조작-내사시점 '묘한 상관관계'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9시 57분


라스포사 장부 조작과 사정기관의 내사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측이 22일 공개한 문건에는 ‘1월14일’, ‘1월18일’, ‘1월19일’이라는 시점이 펜으로 적혀 있다.

이 날짜들은 정일순(鄭日順)라스포사 사장의 남편 정환상(鄭煥常)씨가 장부를 조작했다는 날 보다 뒤에 해당한다.

정환상씨는 16일 “사직동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 아내가 교회 쪽에서 소문을 듣고 1월 10일이나 12일경 장부를 바꿨다”고 말했다.

배씨측이 공개한 문건을 보면 사정기관의 조사가 조작된 장부를 바탕으로 진행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1월19일자 ‘유언비어 조사상황’이라는 문건에는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12월28일 호피무늬 반코트를 구입했다고 기록돼 있다.

정환상씨는 “연씨가 호피무늬 반코트를 19일 구입했으나 19일자 판매 전표(일보)를 떼고 28일자로 끼워넣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라스포사가 장부를 조작한 날은 사정기관의 내사 착수 시점과 ‘묘한’ 시간 관계가 있다.

배씨측이 공개한 문건 가운데 날짜가 가장 빠른 1월14일자 ‘조사과 첩보’를 기준으로 볼 때 라스포사의 장부조작은 이 보다 2∼4일 앞서 있다.

여기서 문건의 ‘조사과 첩보’항목 작성전 기초 조사와 라스포사의 장부 조작 시점이 ‘공교롭게도’ 일치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경우 라스포사는 ‘사정기관과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의 말에 따라 기초조사 단계에서 장부를 조작한 뒤 조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정환상씨는 “세무조사를 우려해 장부를 바꿨다”면서 “(장부조작전) 과거에 우리한테 큰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이 (사직동팀 조사에 관해) 팩스를 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특별검사가 라스포사에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면 장부조작과 내사착수에 관련된 의혹을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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