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화재 참사]친구잃은 광성高 급우들 '눈물의 편지'

  • 입력 1999년 11월 1일 19시 07분


‘재웅아 인국아 소중했던 친구들…, 너희들의 해맑은 웃음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구나.’

‘너희들의 빈 책상에 덩그렇게 놓여 있는 하얀 국화를 보고서 왈칵 눈물이 났어. 어처구니없는 ‘화마(火魔)’에 너무도 짧은 생을 살다간 친구야, 부디 고통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렴.’

1일 오전 인천 중구 인현동 광성고등학교 1학년10반(담임 김장관·金將瓘). 이틀전 발생한 인천 인현동 라이브호프집 화재참사로 한꺼번에 문재웅(文載雄) 이인국(李仁國) 두 친구를 잃은 40여명의 친구들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난 두 벗에게 편지를 썼다.

이들은 불과 며칠전까지 함께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던 친구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도저히 실감나지 않는다는 듯 책을 펼치지 못한 채 하루종일 망연자실했다.

이 세상 누구도 두 친구에게 부칠 수 없는 편지. 그러나 친구들이 쓴 짧은 글에는 비명에 간 벗들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이 절절히 배어 있었다.

‘언제 봐도 듬직하고 씩씩했던 재웅이, 노래를 잘 불러 가수가 되겠다던 인국이, 이제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거니.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다 쓴 편지를 조화 옆에 올려놓고서 책상을 쓰다듬는 일부 학생들은 붉게 물든 눈시울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은 이날 쓴 편지에서 두 친구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참사가 일부 어른들의 장삿속과 행정당국의 관리소홀이 겹쳐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에게 술 담배를 팔아 잇속을 챙기는 어른들. 그들은 이같은 사고의 피해자가 자기 자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모를까.’

일부 학생들은 청소년들이 방과후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문화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탈선을 부추기는 유흥시설로 뒤덮인 학교주변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구호로만 그치는 대책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랄 뿐입니다. 청소년을 상대로 돈벌이에 급급한어른들,당국의형식적인 감독 등의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또다시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두 친구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해주세요.”

사랑하는 두 친구를 떠나 보낸 반친구들의 간절한 호소였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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