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의문점]'文기자 통화' 녹취록 있나 없나

  • 입력 1999년 10월 29일 20시 54분


이른바 ‘언론대책문건’의 작성자와 전달자가 드러나긴 했지만 본질적인 의문 몇가지는 여전히 ‘원점’을 맴돌고 있다. 문건 작성경위, 문건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실행됐느냐의 여부 등이 남은 대표적 쟁점들이다.

문건을 작성한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는 28일 중국 베이징(北京) 기자회견에서도 ‘단독행동’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권은 문기자가 26일 이종찬국민회의부총재의 보좌관인 최상주(崔相宙)씨와 통화할 때 “회사간부와 상의해 작성했다”고 말했다는 최보좌관의 전언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최보좌관의 전언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이에 대한 감청기록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이부총재는 28일 의원총회에서 “문기자와의 전화통화 녹취록이 있다”고 말했다. 이부총재는 29일 “표현이 와전됐다”고 발언을 번복했으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한나라당은 ‘중앙일보의 공작’이아니라‘이종찬팀’을중심으로 한 ‘여권공작’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또 그 연장선상에서 문건이 김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게 분명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29일에도 김대통령이문제의문건을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부총재도 “문건을 본 일조차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변형된 보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추론이긴 하나 이부총재가 문기자는 물론 여러 채널에서 ‘언론개혁문건’을 접수한 뒤 이를 자기 이름의 보고서로 종합 가공해 김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문건 작성 당시 여권 내에서는 ‘옷로비사건’에 대한 대다수 언론의 보도태도에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부총재가 여러 채널들을 동원, 종합보고서를 만든 후 이를 김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당시 이부총재는 개혁작업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설파하고 다녔다”며 보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문건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전달한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도 “이 정도 문건이면 당연히 국정원에서 작성, 청와대에 보고되지 않았겠느냐고 했지만 심증 수준의 추정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정의원은 그러나 이기자가 “말을 바꾸고 있다”며 문일현기자와 이강래(李康來)전청와대정무수석이 포함된 ‘이종찬팀’에서 문건을 작성, 김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신념’에 변함이 없다고 주장한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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