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차장 부인 IMF가계부 1년 한숨 여전]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8시 50분


대기업 차장 부인 김모씨(42). 그는 요즘 주체할 수 없이 늘어만 가는 지출에 한숨이 절로 난다. 남편 월급은 아직 IMF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는데 흥청망청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가족들의 소비욕구는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말 본보에 자신의 1년 가계부를 공개했던 주부 김씨가 올해 쓴 가계부를 다시 공개했다.(98년12월21일자 B1면 참조)

▽수입은 ‘찔끔’, 소비는 ‘훨훨’〓올 연간 예상수입은 2870만원(세금공제후)으로 작년(2479만원)보다 15.8% 늘었다. 하지만 IMF전인 97년 수입(3399만원)에는 아직 훨씬 못미친다. 남편 회사가 아직 IMF타격을 벗어나지 못해 보너스가 완전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올해 총지출은 2131만원으로 작년보다 무려 50.7% 늘었다. 97년(1979만원)에 비해서도 7.7% 증가했다. 저축액을 포함한 월평균 생활비는 작년보다 47.2%가 늘어난 240만원으로 97년(252만원) 수준에 거의 육박했다.

▽식비―문화레저비 급증〓작년 남편 회사의 부도설이 나돌 때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온가족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출을 28.6%나 줄였다. 두 아들의 학원을 끊고 외식은 참고 용돈도 깎는 등 그야말로 눈물겨운 ‘IMF형 가계’를 꾸린 것.

그러나 올들어 식비와 가족용돈 문화레저비 등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큰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도시락 반찬에 신경을 쓰고 외식 횟수도 잦아지다 보니 식비가 작년보다 53.1% 많은 월 49만원이나 됐다.

▽가족들 “더이상 내핍은 싫어”〓김씨 가족의 지출이 이처럼 커진 것은 상대적으로 작년 지출을 지나치게 억제했기 때문. 남편 월급은 쥐꼬리만큼 올랐지만 경제가 회복됐다고 하니까 가족들 역시 ‘소비수준의 회복’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씨는 “가정경제가 좋아졌다는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없는데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출이 늘었다”고 걱정한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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