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본보에 자신의 1년 가계부를 공개했던 주부 김씨가 올해 쓴 가계부를 다시 공개했다.(98년12월21일자 B1면 참조)
▽수입은 ‘찔끔’, 소비는 ‘훨훨’〓올 연간 예상수입은 2870만원(세금공제후)으로 작년(2479만원)보다 15.8% 늘었다. 하지만 IMF전인 97년 수입(3399만원)에는 아직 훨씬 못미친다. 남편 회사가 아직 IMF타격을 벗어나지 못해 보너스가 완전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올해 총지출은 2131만원으로 작년보다 무려 50.7% 늘었다. 97년(1979만원)에 비해서도 7.7% 증가했다. 저축액을 포함한 월평균 생활비는 작년보다 47.2%가 늘어난 240만원으로 97년(252만원) 수준에 거의 육박했다.
▽식비―문화레저비 급증〓작년 남편 회사의 부도설이 나돌 때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온가족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출을 28.6%나 줄였다. 두 아들의 학원을 끊고 외식은 참고 용돈도 깎는 등 그야말로 눈물겨운 ‘IMF형 가계’를 꾸린 것.
그러나 올들어 식비와 가족용돈 문화레저비 등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큰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도시락 반찬에 신경을 쓰고 외식 횟수도 잦아지다 보니 식비가 작년보다 53.1% 많은 월 49만원이나 됐다.
▽가족들 “더이상 내핍은 싫어”〓김씨 가족의 지출이 이처럼 커진 것은 상대적으로 작년 지출을 지나치게 억제했기 때문. 남편 월급은 쥐꼬리만큼 올랐지만 경제가 회복됐다고 하니까 가족들 역시 ‘소비수준의 회복’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씨는 “가정경제가 좋아졌다는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없는데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출이 늘었다”고 걱정한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