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청문회]裵씨, 초췌한 표정에도 '할말' 진술

  • 입력 1999년 8월 23일 23시 19분


“억울합니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23일 국회 법사위의 ‘옷로비의혹사건’ 청문회에서 검찰이 ‘실패한 로비스트’로 지목했던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는 ‘억울하다’는 말을 수십번이나 반복했다.

폐수술로 몸상태가 좋지 않아 전날까지도 청문회 출석여부가 불투명했던 배씨는 이날 오전10시 정각에 초췌한 표정으로 여동생 정애(貞愛)씨의 부축을 받으면서 청문회장에 들어왔다. 이날 배씨의 옷차림은 검은색 상하의 정장. 배씨를 부축했던 여동생은 휴대용 산소통까지 들고 나왔다.

배씨는 간간이 기침을 하기도 했지만 쏟아지는 카메라불빛 속에서도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조목조목 쏟아놓았다. 그는 특히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에게 2400만원에 이르는 옷값 대납을 요구했다는 검찰수사결과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현재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기소당해 재판이 진행 중인 그는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컨대 그런 일 없다. 남편의 명예도 있고 제 자존심도 있는데 그같은 일은 도저히 허락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씨는 “수사받는 과정에서 검찰이 방향을 정해놓고 몰아가려는 것 같아 그렇지 않다고 아무리 얘기했으나 들어주지 않았다”면서 검찰수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낮12시15분. 목요상(睦堯相)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하자 배씨는 장관 부인에서 청문회 증인으로 전락한 게 서러운 듯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고개를 떨군 채 흐느꼈다.

배씨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신문은 오후 6시30분께 모두 끝났다.

배씨는 목위원장의 퇴장지시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쓰러질 뻔했으며 깜짝 놀란 동생과 박태범(朴泰範)변호사 등이 부축하자 매우 피곤한 모습으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도중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작은 목소리로 “몸은 피곤하지만 진실을 말할 수 있어 마음은 홀가분하다. 특히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배씨는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세례를 받은 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실신한 채 운전사의 등에 업힌 배씨는 본관 후문으로 빠져나와 대기중이던 자가용을 타고 국회를 떠났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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