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세종증권회장 구속…채권 불법거래 530억 챙겨

  • 입력 1999년 8월 5일 23시 28분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훈규·李勳圭)는 5일 1조7000억원대의 채권을 불법거래해 53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로 세종증권 김형진(金亨珍·41)회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김회장으로부터 1억원씩의 뇌물을 받고 회사채를 비싼 값에 매입해준 혐의로 D투자신탁 송길헌(宋吉憲·45) 옛K투신 명기홍(明基弘·41), H투신 최중문(崔中文·48)씨 등 투신사 전현직 채권부장 3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또 김회장에게 회사채 발행정보를 넘겨준 혐의 등으로 S증권 채권과장 이명기(李明基·34)씨 등 4명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투신사 채권부장에게 뇌물을 전달한 혐의로 세종기술투자 박덕준(朴德俊·55)회장 등 2명을 불구속기소하고 달아난 홍승캐피탈 이경호(李京鎬·37)전 부장 등 2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세종기술투자 소유주인 김회장은 채권거래 허가가 없는 이 회사를 통해 지난해 1월 이후 신동방 한솔PCS 등 30여개 기업의 회사채 및 국공채 1조7000억원 어치를 헐값에 사들인 뒤 투신사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고 비싼 값에 사들이게 해 530억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회장은 이때 챙긴 부당이익 가운데 34억원으로 지난해 7월 부도난 동아증권(현 세종증권)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증권은 동아건설그룹 계열사로 당시 모기업인 동아건설의 자금난으로 부도위기에 처해있어 김회장이 싼값에 인수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김회장이 동아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범죄혐의가 드러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구속기소된 투신사 채권부장들은 20조원 규모의 자금으로 채권을 거래해 제2금융권에서 ‘빅 쓰리’로 불리며 자금시장을 주물러 온 ‘큰 손’이라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은 “구속된 채권부장들은 사전에 김회장과 모의해 채권을 인수하면서 채권값을 낮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손실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비싸게 사들인 만큼 고스란히 투신사 투자자의 손실로 전가된 셈”이라고 말했다.

수사결과 김회장은 회사채 매입시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경영이 악화된 기업을 상대로 액면가에 10∼18%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헐값으로 사들였다. 김회장은 형식상 합법거래를 가장하기 위해 종금사 등을 거쳤으며 최종적으로 투신사에 되파는 과정에서는 통상할인율(3% 이내)보다 조금 높은 3∼5%를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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