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로비說]野 『로비용』與 『재산도피용』

  • 입력 1999년 6월 21일 23시 18분


‘그림 로비 의혹’이 정국을 또다시 강타하고 있다.

최순영(崔淳永)신동아그룹회장이 운보 김기창(雲甫 金基昶)화백의 그림 60억원 어치를 구입했다는 사실이 21일 밝혀지자 한나라당은 대여(對與)공세의 고삐를 한층 죄는 모습이다. 반면 국민회의측은 로비의혹과는 관계없는 사안임을 강조하면서도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와 총재단 회의를 열어 잇따라 불거지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관철시킨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총재단은 “‘고급옷 로비 의혹’에 이어 최회장측이 고가의 그림을 구입한 것은 로비 의혹과 맞물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옷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관철해 ‘그림 로비 의혹’도 함께 따져나가기로 결정했다.

특히 ‘정보통’인 정형근(鄭亨根)기획위원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형자(李馨子) 리스트’가 드디어 가시적인 상황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면서 “당차원에서 조사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반해 여권은 ‘그림 로비 의혹’이 제2의 ‘고급옷 로비의혹 사건’으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초동단계에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한다는 방침 아래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직속의 사직동팀이 이날 그림매매 경위 등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하고 국민회의가 최회장과 부인 이형자씨에게 진상공개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회의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최회장의 그림 구입이 로비용이기보다는 재산도피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속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로 했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특별검사제 도입을 둘러싼 여야간의 줄다리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회의는 이날 야당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24일까지 ‘파업유도의혹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용 특별법(가칭)’을 마련해 내주중 단독 처리키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그림 로비 의혹’을 계기로 점차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야당의 공세를 감안할 때 강행여부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

오히려 국민회의측은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 등이 “제도적 차원의 특검제를 정치개혁특위에서 다룬다는 것은 결국 수용한다는 뜻”이라며 야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화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날 자민련까지 총재단회의에서 “특검제법이든, 국정조사든 여권의 단독처리는 절대 반대”라며 국민회의의 발목을 잡고 나서 국민회의는 이래저래 진퇴양난(進退兩難)의 고경(苦境)에 빠져든 모습이다.

〈김차수·윤승모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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