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옷 로비說]행자부 홈페이지에 비난 봇물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45분


최순영(崔淳永)신동아그룹회장 부인의 옷선물 의혹사건과 관련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행정자치부 인터넷 홈페이지 대화방인 ‘열린마당’에는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26일부터 “말단 공무원은 월급이 뭉텅 깎여나갔는데 장관 부인들은 그렇게 비싼 옷을 사입어도 되는거냐”며 고위공직자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또 ‘열린마당’ 조회건수도 원고당 5백∼8백건에 달하는 등 공무원들이 이 사건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비난의 정도가 지나친 글을 삭제하는 등 ‘진화작업’에 나섰다.

‘삼장검사’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한 공무원은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며 “집안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관리들이 나라와 백성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했다.

감봉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 고위공직자들을 성토하는 글도 많았다.

“내 아내는 5천원짜리 티셔츠를 사기 위해 의류 할인매장을 찾아다니다가 그나마 자기 것은 못사고 아들것만 사오고 말았다. 장관 사모님께서는 기천만원짜리 코트에 수백만원짜리 옷을 한번에 세벌씩이나 사갈 정도로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장관들은 어디서 돈이 나서 부인들이 몇천만원짜리 옷을 사입을까. 우리네는 1년동안 하나도 안쓰고 모아도 그 옷 한벌을 살수 없으니….”

사건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청와대 사정팀은 장관 부인의 편만 들고 대통령도 문제가 없다는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있다. 사정당국은 장관 부인말만 믿고 서둘러 사건을 봉합해서는 안된다.”

한편 행자부 관계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특정인을 거명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글이 많이 올라와 당황스럽다”며 “특정인을 근거없이 비난해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거나 욕설이 지나친 글은 삭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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